[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철강업계가 연이은 악재로 울상이다. 연초부터 사망 사고가 이어지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호가 철강업계에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업체의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에까지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동국제강 공장에서는 올해 들어 3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에서는 포항제철소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동국제강 공장에서는 직원 1명이 사망하고 식자재 납품업자 1명이 화물 승강기 고장으로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해부터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철강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법원은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이 법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꾸준히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난 포스코가 유력한 1호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산재 청문회에 최정우 회장 출석을 명령했지만 최 회장은 전날 불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사유서를 통해 허리 지병 때문에 출석하기 어렵다며 대신 장인화 대표이사 사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포항제철소 사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과 국민에 사과의 뜻을 밝혔는데 바로 다음날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지난 16일 사망 사고 현장을 방문해 개선 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여기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투자 책임 원칙)를 제대로 시행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면서 최 회장의 연임까지 불투명해지는 형국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율은 11.17%다.
동국제강도 작업장에서 올해 벌써 2건의 사망 사고가 나면서 정부의 특별 관리 대상이 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동국제강 사망 사고 또한 현장에서 안전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낡은 설비를 방치한 게 사고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사고로 여론이 악화하자 이날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은 사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에 사과하며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동국제강은 담합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약 499억원의 과징금도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2947억원의 약 17% 수준이다. 동국제강은 구매팀장 모임과 구매팀 실무자들 간 정보교환을 통해 고철 구매 기준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담합했다는 협의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제강사 중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일부 업체는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전날 담합 의혹을 받는 제강사 7곳 중 현대제철, 야마토코리아홀딩스, 한국철강, 대한제강에 대한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세아베스틸 직원 3명도 자료를 폐기하고 은닉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이들 제강사들이 받은 과징금은 모두 3000억8300만원에 달한다.
업체들은 고철 구매 시장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이의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정위 또한 "시장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담합에 엄중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