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세계 최대의 통신업체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핵심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공급망 와해 수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 기술전문매체 IT즈자는 화웨이의 부품 공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예년에 비해 화웨이 P시리즈의 부품 공급 시점이 늦었고 공급량도 줄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매년 1분기 고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인 'P'시리즈를 출시해왔다. 올해 P시리즈는 P50, P50프로, P50프로 플러스(+) 총 3가지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웨이 정보 유명 유출자인 트위터리안 '테미(Teme)'는 지난주 "화웨이가 P50 시리즈 프로트타입 검증이 끝내고 대량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통신업체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신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야 할 핵심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을 통해 핵심부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기술력이 낮아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지난해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비축량을 대폭 늘리기도 했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와 기술을 따라가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부품 조달 어려움을 겪으며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격히 줄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9년에 비해 22% 감소했다.
결국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해외 시장에서 거두는 이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부품은 물론이고 구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도 사용할 수 없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자체 플랫폼으로 대체하기 '하모니'를 개발했지만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하모니로 얼마나 갈아탈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닛케이는 지난 18일 화웨이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스마트폰 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해 '올해 주문량을 60% 이상 줄이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져 중국 내수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덕에 판매량이 어느정도 유지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이용자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돼 시장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