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고차 업계가 최근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에 대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하면 상생을 없애는 걸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상생한다면 오히려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긍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2019년 2월 기간이 만료됐지만 중고차 업계가 재지정을 신청했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양측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매매연합회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고 고객 편의를 위해 시장 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온다면 독점 현상으로 인해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보면 매우 긍정(40.3%), 다소 긍정(23.1%) 등 찬성이 63.4%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80.5%는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투명, 혼탁, 낙후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정부에서 추진했던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출범이 이달 17일 중고차 업계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완성차 업계는 상생협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중고차 매매 단체들의 불참으로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이 무산된 점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비판했다.
중고차 업계의 불참에 대해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중고차 업계가 상생협력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정부나 완성차 업계가 상생하려는 상황에서 여론만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는 지금까지 비정상적 시장의 최대 피해자인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