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디지털 격차로 저축은행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디고 있다. 통합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확보를 위한 협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1일 서민금융포럼을 개최하고 '저축은행 양극화 현황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는 11일 서민금융포럼을 개최하고 '저축은행 양극화 현황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수도권 및 대형 저축은행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집중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 소재 상위 업체가 독식했다. 남재식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위 20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66.9%로 5년 전보다 12.2% 늘었다. 같은 기간 하위 20개 업체의 비중은 2.2%로 1%포인트 줄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격차 확대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사용이 늘어나는데 반해 지방 저축은행들은 디지털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축은행 양극화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주변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지방 저축은행 위기가 심화될 경우 업권 전체를 타깃으로 규제가 강화돼 상위 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경기침체도 가중될 것으로 판단했다. 지방 저축은행이 위축되면 지방 기업에 제공하는 자금 중개 기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균형발전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남재현 국민대 교수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역 저축은행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법은 디지털 차원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우선 지방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비대면 상품에 한정해 영업구역 규제를 제외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안됐다. 김영규 스마트저축은행 대표는 "지방 저축은행이 비대면상에서 판매하는 햇살론, 보증상품 등을 영업구역 규제에서 제외해 영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공동의 마이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해법으로 거론했다.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대형 업체에서 대출이 어려운 일부 고객을 지방 저축은행으로 연계해주는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웰컴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마이데이터 서비스 모델을 중앙회 플랫폼에서 제공할 경우 중소저축은행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민금융기관 전용 정책보증상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존 상품에 대비 보증 비율을 낮추는 대신 금리를 높여 중소상공인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하경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서민금융 편의를 늘리기 위해 햇살론 이외에도 보증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