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SBI저축은행이 다음 달 파킹통장 상품 중 하나인 'SBI사이다 보통예금'의 금리를 차등화한다. 통장에 예치하는 금액이 일정액을 초과할 경우 기존 이율보다 1%포인트 낮추는 식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수신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SBI저축은행이 다음 달부터 파킹통장에 50억원 이상 예금액을 유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향된 금리를 적용한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지점. 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오는 4월16일부터 파킹통장 'SBI사이다 보통예금'의 금액별 이율한도를 변경한다. 지금까지는 금액과 상관없이 기본금리 연 1.2%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다음 달 16일부터는 50억원 초과분에 대해 금리한도를 0.2%로 1%포인트 인하한다. 50억원 이하 금액은 기존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SBI사이다 보통예금은 인터넷 및 영업점에서 가입 가능한 파킹통장이다. 자유입출금식 상품으로 하루만 맡겨도 최대 2.1% 금리를 제공한다. 단 법인 고객은 우대이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모바일 전용 '사이다뱅크 파킹통장'과는 다른 상품이다.
SBI저축은행이 금리 차등화를 도입하는 것은 파킹통장 법인 고객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자 법인 고객마저 저축은행으로 향했고, 저축은행은 수신고가 급증하자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낮춘 것이다. 다만 SBI저축은행 측에선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차등화했다는 입장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인이 큰 돈을 입출금하는 점을 고려해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영업 환경이 악화한 것도 수신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은 대출 부실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오는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고수익 상품을 판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매달 금리를 내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월 1.8%, 2월 1.7%, 3월 1.6%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다른 저축은행 역시 연이어 금리 조정에 돌입했다. OK저축은행은 이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전월 대비 0.1%포인트 감소한 1.5%로 낮췄다. 웰컴저축은행도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이율은 1.8%에서 1.7%로 축소했다.
수신금리 인하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된다. 저축은행은 정기 예·적금 상품 이외에 퇴직연금 등 수신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 데다, 주식투자 열풍으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수단으로 파킹통장의 매력이 부각되며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올해 저축은행 수신고는 8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액은 79조1764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말 대비 약 20% 증가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