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될 수 없다”…배터리 개발나서는 완성차 업계

폭스바겐, 자체생산 방안 발표…기술격차 해소 등 과제

입력 : 2021-03-16 오후 4:40:1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수급난으로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체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주도권 확보에 본격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파워 데이(Power Day)’를 개최했다. 폭스바겐은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해 2030년까지 유럽에 6곳의 기가팩토리를 설립한다는 방안을 공개했다. 첫 두 공장은 스웨덴의 셸레프테오(Skellefteå)와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파워 데이에서 기가팩토리 6곳을 구축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셸레프테오 공장에서는 2023년부터 프리미엄 셀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최대 40GWh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잘츠기터 공장에서는 2025년부터 연간 최대 40GWh 규모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며, 나머지 공장의 경우 장소 및 파트너를 찾고 있는 단계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에서 배터리 데이를 가졌다. 테슬라는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향후 3년간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22년까지 100GWh, 2030년까지 3TWh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의 디자인과 소재, 생산방식의 혁신을 통해 가격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 외에 BMW는 지난 2019년 LA오토쇼에서 배터리 개발 기술을 내재화하고 BMW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지난해 11월 “배터리 셀 제조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의 행보를 두고 배터리 업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전기차 분야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직접 개발에 나서면서 배터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등 플레이어들의 헤게모니 변화가 계속 이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사라는 점에서 ‘을’의 위치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등한 관계로 올라섰다”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배터리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배터리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력 차이를 빠르게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스바겐의 독일 즈비카우 공장에서 전기차 ID.3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체 배터리 연구조직을 갖췄다”면서도 “지금은 기술력도 떨어지고 배터리 물량도 부족해 당분간은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결국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 기술수준 도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올해 1~2월 진행됐던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애플카’ 협력논의가 결렬된 원인으로 완성차-IT 업체 간 주도권 다툼을 꼽았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시장성이 보이면서 IT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칫 애플의 하청업체가 되면서 미래 모빌리티 중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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