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가습기 살균제 및 세월호 참사 사안을 다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민이 당하는 피해를 막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참위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중대시민재해 도입 의미와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향후 과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에서 시민 피해가 노동자 피해보다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등 기관에서 종사자가 당하는 중대재해에 논의가 집중되는 바람에, 소비자나 불특정 다수가 당하는 중대재해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의미다.
직업병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일과건강의 한인임 사무처장은 "시민 중대재해에서는 공중이용시설 제외가 굉장히 많아 (노동자 피해보다) 더 광범위하게 적용 제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시설, 비영리 시설, 유치원·학교·대학 등 교육 시설, 공동주택, 300평 이하 다중이용업소 등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법을 활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청이 올해 입법된다"면서 "이에 반해 시민재해의 경우 시행령과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도 없을 뿐더러 소관 부서 논의도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할지 국무총리실에서 할지 소관 부처가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 역시 "중대재해법은 초기에는 노동재해와 산업재해에 집중돼 운영될 수 밖에 없고 시민재해는 그 내용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용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측면에서라도 생명안전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 발생한 노동자에 대한 치료는 산재보험과 연결되고 있다"면서 "반면 시민재해는 피해자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피해 회복할지에 대해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참위는 전문가들이 제안한 통합적인 재난조사기구 설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안전취약계층 대상 특별 보호대책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구체화할 계획이다. 문호승 사참위 위원장은 "제안 내용은 재해·재난 예방과 대응 마련 등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호승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가운데) 등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중대시민재해 도입 의미와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향후 과제 정책토론회’ 중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