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공모주 투자 열풍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도 덩달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스팩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주가 상승률 등 다양한 장점으로 도약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한 스팩은 DB금융그팩9호, 하나머스트7호스팩, IBKS제15호스팩, 하나금융17호스팩, 신한제7호스팩, 한국9호스팩 총 6개사로 지난해 같은 분기 5개사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일반 공모 평균 청약 경쟁률은 95.07대 1로 하나머스트7호스팩(237.46대 1), 하나금융17호스팩(168.68대 1), IBKS제15호스팩(101.73대 1), 한국9호스팩(46.54대 1), DB금융스팩9호(8.56대 1), 신한제7호스팩(7.45대 1) 순이었다. 지난해 스팩의 청약 경쟁률 3.14대 1에 비해 급증하며 달라진 스팩 위상을 실감케 했다.
아울러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스팩은 총 4개사로 이중 유안타제8호기업인수목적은 수요예측(3월19~22일)을 거쳐 일반 공모 청약(3월25~26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스팩4호는 지난달 15일 청구서를 접수했고, NH스팩19호와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이달 24일 청구서를 접수하며 상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스팩은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로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도 부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스팩 공모(IPO)를 통해 자금을 모아 거래소에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공모자금의 90% 이상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는데 만약 3년 내 합병에 실패할 경우 예치금을 반환하고 스팩은 해산된다.
스팩의 가장 큰 장점은 주가 상승률이다. 스팩 주가는 합병 심사를 청구하기 전까지 대체로 공모가 2000원 부근에서 소폭 변동된다. 우량 비상장사와 합병할 경우에는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상장한 스팩 총 174개사 중 합병 상장한 스팩은 총 79개사로 이중 합병 상장 이후 3개월간 평균 주가 상승률은 약 39.10%였다.
최근 IPO 시장이 활황이지만 중소기업이 상장하기엔 아직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일반 상장 시 짧은 기간 동안 기업가치를 인식시키기 어렵다. 지금처럼 변동성 장세에서 스팩 제도가 유용한 배경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 소액으로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현재 미국 시장에서 스팩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국내 스팩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스팩은 일반 기업공개(IPO)에 비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데 지난해 뉴욕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스팩을 활용해 빠르게 상장시키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스팩 상장이 늘어나면 약 2년 후에는 스팩을 통한 기업 합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2019년은 스팩 도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스팩 상장이 많았던 해로 올해 스팩을 통한 상장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스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스팩이 열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은 상황이 다르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기업들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가 많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자료/한국거래소·각 사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