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반도체-배터리 성장주…배당주로 쏠리는 투심

고배당지수, 코스피 상승률 7배 웃돌아…"금리상승기에 투자 매력 크다"

입력 : 2021-04-01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횡보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급등으로 성장주 조정이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전략으로 방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고배당 50' 지수는 이달 들어 6.09% 올랐다. 코스피 수익률(0.85%)과 비교해봐도 격차는 두드러진다. KRX 고배당 50 지수는 국내증시에 상장한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50 종목을 선정해 산출되는 지수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투자목적에 부합하는 지수다.  
 
통상 배당주 투자는 연말에 집중되다가 해가 바뀌면서 투심이 흩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최근 배당주 관심은 금리 상승과 성장주의 가격 조정이 계기가 됐다.
 
미국 국채금리가 장중 1.75%까지 올랐던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대표 성장주인 애플의 주가가 3.4%가량 미끄러졌고, 테슬라는 7% 가까이 급락했다. 국내 증시에선 배터리 대표주인 LG화학(051910)이 4%가까이 하락했고,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005930)의 주가도 조정을 받았다.
 
반면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인 금호석유(011780)롯데케미칼(011170)은 각각 4.7%, 3.6% 상승했으며, 한국금융지주(071050), NH투자증권(005940), 메리츠화재(000060) 등도 시초가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선 배당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성장주의 변동성 장세에 배당주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증시의 위기 이후 반등과 변동성 상승이 있었던 지난 2015년과 2016년, 2018년에도 고배당 지수의 성장률이 코스피 성장률을 웃돌았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금리차(10년물-2년물)가 50~150bp(1bp=0.01% 포인트) 수준에서 상승 시할 경우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관심이 이동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수준인 150bp 이상에서 상승하면 성장주와 가치주가 아닌 고배당주 지수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지수의 배당수익률은 1.5%인데, 10년물 국채금리 1.7% 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을 주식시장에서 상쇄하기 위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올해 기업들의 기대이익이 높아진 점도 배당주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2.2% 증가한 137조원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세금, 영업비용, 설비투자액을 제외한 기업들의 잉여현금은 주주들의 배당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배당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0.9~1.1%대를 유지하던 올해 1월까진 NAVER(035420), 카카오(035720), LG화학 등 성장주들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 올랐다. 그러나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POSCO(005490), KB금융(105560), SK텔레콤(017670), 신한지주(055550) 등 고배당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장기물 금리 레벨이 높았던 구간이나 금리가 상승하던 구간에선 배당주의 성과가 양호했다”며 “배당금을 받고 재투자가 이뤄지는 4월은 외국인의 배당주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상승으로 성장주들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낮고 안전마진이 높은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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