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경남 하동 지역 서당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해자와 서당 측의 민·형사상 책임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가해 학생에게 폭행이나 상해죄를 적용하고, 해당 부모와 서당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초등학생 딸이 가해 학생 3명으로부터 변기물을 마시는 고문 등 잔혹한 폭력에 시달렸다는 글이 실렸다.
같은 서당에서 초등학생 아들이 상급생으로부터 커터칼로 위협받고, 영어교사로부터 욕설과 이유 없는 체벌을 당했다는 청원도 이어졌다.
또 다른 서당에서는 10대 남학생 두 명이 동성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한 후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 서당 원장이 간식비를 착복하고 학생들을 사역에 동원했다는 의혹, 아프다는 학생을 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당이 지자체가 관리하는 집단 거주 시설로 등록돼 지도·감독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강력한 행정처분도 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원 내용이 사실일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해 폭행죄를 묻고, 학부모와 서당에는 민사상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당 측이 피해 사실을 정말 몰랐다면 방임죄 등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장이 학생을 때렸다는 주장이 사실일 경우에는 아동학대죄를 적용할 수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3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민사상) 가해 학생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책임은 치료비와 정신적 위자료 정도"라며 "지도·감독 부분에 있어 서당 측도 같이 책임 져야 하고, 가해 학생은 미성년자여서 부모도 책임져야 한다. 부모와 서당이 연대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당이 교육시설을 표방한 관리·감독 주체여서, 건물이 어떤 식으로 등록됐는지 여부는 책임을 묻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촉법소년으로 알려졌지만, 소년부 판사가 보호처분으로 소년원 송치를 할 수 있어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형사적 조치 여부는) 조사를 하고 난 뒤에야 판단해야 한다"며 "소년법상 보호처분이 있으므로 관련 부분을 조사하고 고소·고발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근본적으로는 미인가 시설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아무 행정력을 미치지 않고 관리하지 않은 점은 (행정기관이) 법적인 책임을 떠나 일정 부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하동 청학동 서당에서 초등학생 아들이 폭력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 사진/청와대 웹사이트 캡처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