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약진은 '테슬라 효과'…불안한 K-배터리 미래 전략은

"LGES 원통형·파우치 주력, SDI 폭스바겐 공략, SK이노 각형 개발 필요"

입력 : 2021-04-02 오전 5:39:17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맹추격으로 K-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전체 시장 점유율이 확대된 것이다. 폭스바겐의 내재화 전략에 따른 각형 배터리 수요 증가 등 중국 업체의 선전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배터리 3사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사별로 중장기 로드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세계 전기차 판매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5사(CALT, BYD, CALB, Guoxuan, AESC) 점유율은 45.7%로 세계 7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9.5%로 2위, 일본 배터리 2사(파나소닉, PEVE)가 18.6%로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테슬라 효과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사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3가 중국 내 판매율 1위를 달리면서 점유율과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현재 CATL은 중국 내수용 테슬라 모델3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가 월 판매대수, LFP 점유분율, 각 자동차 장착 팩 용량, 중국 내수 및 수출 대수 등을 종합 분석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에서 출시된 LFP 모델3 차량 사용량(내수·수출)은 약 2.0~2.3기가와트시(GWh)로, 이는 같은 기간 CATL의 공급량에 해당한다. 올해 1~2월 CATL의 사용량이 8.0기가와트시(GWh)로 1위, 2위는 LG에너지솔루션(4.8GWh), 3위는 파나소닉(4.3GWh)이다. 하지만 CATL이 테슬라에 공급한 물량을 LGES이 수주했다고 가정하면 순위가 LGES(7.1GWh)로 1위, 2위 CATL(5.7GWh)로 바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용량은 LGES(3.3GWh) 파나소닉(2.8GWh), CATL(2.1GWH) 순이었다. 
 
박 교수는 "전세계 1~3위 배터리 기업의 테슬라향 의존도는 파나소닉은 여전히 1위로 절대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2~3위 경우 올해 CATL이 30% 오르고 LGES이 10%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순위가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3가 중국 내수를 비롯해 유럽 등으로 수출되는 가운데 CATL이 모델3 중국 내수의 70~80%와 수출 물량 전량을 따내면서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중국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CATL의 1~2월 사용량은 LGES를 포함한 삼성SDI(006400)(1.3GWh), SK이노베이션(096770)(1.3GWh) 등 3사 합산 사용량(7.4GWh)을 압도한다. 국내 3사를 합산 사용량이 중국 기업 하나 사용량보다 더 적은 것이다. 만약 올해 1~2월 LGES이 테슬라 모델Y에 탑재한 배터리 신규 물량이 없었다면 3사 합산 사용량은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효과에 더해 최근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 발표로 각형 전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력 합작사로 CATL이 거론되고 있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장악력이 높아질수록 국내 배터리3사 점유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교수는 3사가 가진 문제를 보완하고 강점을 키워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LGES의 경우는 지름 46㎜, 길이 80㎜의 일명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나 수익성에 천착하기 보다 품질과 기술력 강화 차원에서 원통형과 파우치에 주력하고 리콜 등에 따른 손실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형을 주력으로 삼는 삼성SDI는 폭스바겐을 공략해 각형을 강화하고 기존 원통형 개발력을 바탕으로 4680을 장기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취급하는 SK이노는 고객사 편식을 벗어나기 위해 원통형 4680과 각형 둘 중 하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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