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청학동 서당 학폭' 같은 소년 범죄가 반복되면서 엄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여기에 비현실적인 현행법과 함께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문제가 맞물리면서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응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당 학폭' 피해 학생 부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딸이 변기물을 마시는 고문 등을 당했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커터칼로 목숨을 위협 받고 중학생에게 수차례 폭행 당한 초등학생 아들의 피해 내용도 실렸다. 피해 여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고, 남학생은 틱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사진/청와대 웹사이트 캡처
초범은 보호처분이 우선
현행법상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초범이라면, 소년원 송치를 면할 수 있다. 서당 학폭 가해자는 만 19세 미만인 소년이다. 기소될 경우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된다.
소년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 유기형에 해당하면, 소년원에 송치될 수 있다.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못 넘는다. 형법상 폭행죄 형량은 2년 이하 징역, 상해죄는 7년 이하 징역이다. 형법상 형량이 2년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소년원 송치가 아닌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 역시 재범이 아닌 이상 가해자들이 소년원에 갈 확률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초범인 경우 보호자 등에게 감호 위탁하거나 사회 봉사, 수강 명령 등을 받는다. 보호관찰을 받거나 소년의료보호시설에 갈 수도 있다.
중학생이 잔혹한 범행을 저질러도 '단죄'와 거리가 먼 형량을 받은 사례는 인천 중학생 폭행 추락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 중학생 4명은 또래 학생을 1시간 넘게 폭행하고,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탈출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등)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심에서 단기 징역 1년 6개월~장기 7년을 선고받았다. 소년범으로서는 무거운 형량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여론은 이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 낮은 형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소년보호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은 형벌보다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소9년 법원 연감에 따르면, 전국 소년보호사건 3만4890건 중 장·단기,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는 총 1626건이다. 보호자 등에 감호 위탁하는 경우는 3103건으로 두 배에 달한다.
통계상 소년범 숫자가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폭력을 저지른 소년범은 1만8600명으로 전년도 1만9710명보다 줄었다. 2015~2016년 1만9000명대를 유지하다 2017년 2만444명을 기록한 뒤 줄고 있다. 반면 강력범죄는 같은 기간 3388명에서 3656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소년법 폐지나 14세인 촉법소년 기준, 소년법상 소년 나이 하향 등에 대한 논쟁이 반복돼 왔다. 과거에 마련된 14세 기준을 다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교화 가능성이 있을 때 진심 어린 반성을 이끌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힌다.
경남 하동의 한 서당.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법원 바깥에서도 방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양형 기준 마련과 함께 효과적인 교화 대책·교육시설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에서 "그동안 성폭력 관련 법제와 형법상 형량 인상 등이 범죄의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영국이 형사책임 연령이 10세로 가장 낮지만, 소년범죄가 여전히 문제라는 점을 언급했다. 일본은 소년 강력범죄를 계기로 소년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추고, 소년원 송치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하향했다. 그는 그럼에도 일본 내 소년범죄가 줄었다는 평가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잔혹한 소년형사사건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양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잔혹성이 더해지고 있는 소년범 죄질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이 필수라는 취지다. 그는 논문 말미에 "소년형사재판에 대한 양형기준 수립은 소년의 개선 가능성이라는 주관적 요소의 고려로 인해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면서도 "객관화와 신뢰도 재고를 위해서는 일정 영역에 있어 기준 마련이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교한 제도 개선과 행정적인 노력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비인가시설 등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행정기관이나 교육과 관련해 권한을 가진 곳에서 아무런 제재나 관심 없이 나몰라라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남 교육청은 지난 2일 하동군청, 경찰과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그간 서당들은 무허가로 운영되거나 일부 건물은 학원, 일부는 집단거주시설로 신고해 교육청 관리를 피해왔다. 이밖에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을 내세운 무허가 시설이 있는데도, 그간 관심을 주지 않은 어른들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변호사는 "재발 방지와 피해자의 회복, 가해 학생의 진심어린 반성 등 '소년'을 위한 사회적 고민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