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향하던 LG-SK 배터리 소송…전격 합의 배경은

전기차 육성에 LG·SK 모두 필요한 바이든 정부 입김 작용
"앙금 씻고 파우치 진영 발전 위한 공동 대응 나서야 할 때"

입력 : 2021-04-11 오후 5:00:11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2년간 이어온 배터리 분쟁에서 대승적 합의를 이룬 배경에는 미국 행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을 때 양사에 미칠 손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배터리 전기차 육성 계획 등을 감안했을 때 최선의 선택지는 양사의 합의 외에는 대안이 없던 것이다. LG와 SK의 극적 합의는 두 파우치형 배터리 진영의 승리이자 바이든과 미국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LG와 SK는 지난 2019년 4월 LG가 SK를 상대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만에 극적 합의안을 도출했다. SK가 LG에 줄 합의금은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으로, 방식은 현금과 로열티로 각각 1조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양사는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포함해 특허 분쟁 등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LG와 SK 합의는 양사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자 최고의 선택이다. 양사는 분쟁의 장기화로 입는 손해와 부담을 덜게 됐고 동시에 미국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이어가며 배터리 전기차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가 대승적 합의를 이루게 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모빌리티 육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미국은 전기차 시장 발전을 위해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LG와 SK 양사와의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ITC 최종 판단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LG 편을 들거나, 거부권을 행사해 SK 편을 드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무역 분쟁 가운데 중국의 기술 침해 등을 지적하며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반면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주가 28년만에 민주당을 선택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SK가 배터리 공장을 증설 중인 조지아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사가 합의에 실패했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에 양사의 운명이 갈릴 수 있었지만 합의를 통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결론이 도출됐다. ITC 최종판결에 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 전날 전격 합의가 이뤄지면서 SK는 조지아주 공장 가동 등 미국에서의 배터리 전기차 사업을 계획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됐고, LG는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덜게 됐다.
 
앞서 LG는 SK를 상대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지난 2019년 4월 29일(현지 시간)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배터리 후발주자인 SK가 자사의 핵심 인력을 유출해 배터리 핵심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ITC는 지난 2월 11일 최종 판결에서 LG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며 SK의 배터리 제품에 대한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양사가 합의에 도달하는 데에는 한국 정부의 중재도 한몫을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LG와 SK가 이차전지 관련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차전지 산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정부도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LG와 SK가 대승적인 합의 도달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으로 양사가 합의의 디테일을 따지는 것보다는 그동안에 서로 간 쌓인 앙금을 씻어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처럼 양사가 같이 힘을 합해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진영과의 경쟁에서 파우치 셀 진영의 발전을 위해 공동 대응을 해나갈 때"라고 조언했다.
 
LG와 SK가 합의에 도달한 만큼 양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분리막 특허 소송도 무효화된다. 양사의 특허 관련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는 별건이나 계속 분쟁을 이어갔을 때 보는 손해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ITC는 지난 1일(현지 시간) LG가 SK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과 관련해 SK가 LG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내렸다.
 
특허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보다 앞선 지난 2011년 LG가 SK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분리막 특허 침해 소송에서 시작됐다. 양사는 3년 뒤인 2014년 배터리 산업의 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 분리막 특허와 관련해서는 향후 10년간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따른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SK가 ITC에 2019년 9월 LG가 자사의 배터리 특허권을 침해했고 ITC에 제재를 요청하자 LG도 같은 해 10월 다시 특허권 침해 조사를 요청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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