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다음달 3일 공매도 재개 시점에 맞춰 증권사들이 신용거래대주 서비스를 시작한다. 신용거래대주란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매도주식을 대여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에 보증금을 맡기고 주식을 빌린 후 일단 매도하고, 해당 종목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수해서 증권사에 주식을 갚고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즉 하락장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말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되는 내달 3일부터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신용거래대주 서비스를 신규 제공한다. 기존에는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대신증권 6곳에서만 대주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행 증권사들은 공매도 재개 시점에 맞춰 한도와 수수료율 등 관련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대차시장은 2019년 연평잔(판매액) 기준으로 67조원 규모다. 반면 개인 공매도를 위한 대주시장은 230억원에 그치고 있다. 전체 비중의 0.03%다. 대주시장의 경우 개인이 대여를 동의한 주식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유통 물량이 지극히 적다. 현재 대여 동의 비율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30.3%다. 대주가 가능한 증권사도 기존에는 6개사에 불과해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면 여러 증권사를 통해서 거래해야 했다.
금융위원회는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수 확대와 더불어 증권사 대주 한도 계산 시 대주 금액을 50%만 반영키로 했다. 기존 신용공여 규모를 계산할 땐 신용융자와 대주 금액을 단순 합산했기 때문에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초과돼 대주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례가 잦았다. 신용융자와 대주를 포함한 신용공여 한도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다. 증권사들은 한도를 조절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바 있다.
다만 당국은 공매도 재개 시 개인 대주 상환기관은 기존 60일을 유지하고 연장하지 못하게 했다. 외국인과 기관과 비교했을 때 상환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상환 기간을 늘릴 경우 물량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예상에 유지할 방침이다.
관건은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개인에게 절대적으로 분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나서더라도 대차시장을 통해 공매도 물량을 확보하는 기관·외국인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식대여 해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개인 투자자들의 대주 활성화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개인에게 대여 가능한 주식 수를 늘리고 신용대주를 취급하는 증권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규 참여 증권사에 개발 가이던스 제공과 시스템 연계 테스트 진행 등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투자 등 공매도 투자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을 빌려주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자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