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법원이 인권을 외면하고 국익에 치우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은 21일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각하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리한 이상희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 대해 “국익만 있고 피해자 인권은 없는, 국제 인권적 흐름에 역행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에선 계속 (피해자 할머니) 다수가 합의금을 받았다고 언급했는데, 그 다수를 어떻게 특정할 수 있느냐”며 “한국 정부에 등록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99명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분이 많고, 한국에 오신 분들 중에서도 돌아가신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인권조약은 피해자가 실효성 있는 구제를 받을 권리를 독립적 인권으로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며 “재판부에선 이와 관련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결문이 나오면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반박할 것”이라며 “피해자 분들과 논의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판결이 인권적 측면 보다는 국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간 분쟁 분야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권적 관점에서 보면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 법원이 이 같은 기본 역할을 다소 소홀히 한 판결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지난 1월과 다른 판단이 나온 만큼 다음 항소심에서 좀 더 명확하게 피해자 인권보호, 국가 기본권 보호 의무 등의 측면에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월8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과거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당시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낸 김강원 변호사는 “1월 승소 후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던 정부에 의해 기류가 다소 바뀐 듯하다”며 “이번 판결은 인권적 측면 보다는 정부의 기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이날 이 할머니와 고 곽예남, 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