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술자리에 있기는 했었다."
2020년 12월8일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의 김락현 부장검사는, 스타모빌리티 회장이었던 김봉현으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현직 검사 3명 중 1명을 기소하고 나머지 2명을 불기소했는데, 이때 이른바 '96만원 불기소 세트'라는 매우 창의적인 계산법을 제시하면서 2명의 동료 검사를 살려준 바 있다.
당시 검찰의 논리는 "2019년 7월 18일 김봉현이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술 접대를 할 때 밴드 비용 포함 마지막에 계산된 총액이 536만원이었고 당시 모였던 인원은 5명이어서 얼핏 1인당 107만 2000원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같은 술자리에 있었어도 먼저 간 사람과 끝까지 남은 사람은 차등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 중 검사 2명은 밤 11시 이전에 먼저 귀가했고 그때까지는 밴드를 부르지 않았으니 그들이 제공받은 금액을 계산할 때는 총액에서 55만원을 공제한 481만원을 머리 수 대로 나누는 방식으로 해야 되고, 결국 이 경우 불기소 된 검사 1인당 접대 받은 금액은 96만 2000원이고, 끝까지 있었던 검사 1명은 114만5333원(96만 2천원 + (55만원/3)의 향응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는,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 소정의 100만원 미만 접대를 받은 것이므로 기소는 불가하다" 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무부 감찰관실에서는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20일, 불기소된 2명의 검사 중 A검사가 '당시 술자리에 있었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도 할 수 없다'고 발표해 논란을 야기했고, '96만원 불기소 세트' 소동 이후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조롱을 받는 형국이 되었다. A검사가 징계를 면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당시 아이가 아파서 술자리에 아예 가지 않고 정시에 퇴근했다'고 부인을 한데다가 김봉현의 폭로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퇴근 시간 이후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이나 택시 이용 내역이 없어 객관적인 물증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기존에 혐의를 부인했던 A검사가 비록 자신이 먼저 가기는 했지만, "나도 술자리에 있기는 했었다"고 자인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고, 지난 2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시 기소되었던 피고인들이 돌연 '술자리에는 5명이 아니라 7명이 있었으므로 계산을 다시 해야 된다'고 말을 바꾸면서 재판의 양상이 달라지게 되었다.
피고인들이 추가로 주장하는 2명은 이종필 전 라임 부회장과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인데, 피고인들 주장에 의하면 이들은 그날 옆방에서 따로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김봉현이 이들의 술값까지 같이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왜 갑자기 7명이 술을 마셨다고 했으며, A검사는 왜 갑자기 자신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자백을 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이미 기소된 피고인들도 이른바 '96만원 불기소 세트' 논리를 적용받을 수 있고, 비록 징계를 받기는 하겠지만 A검사 역시 자신은 기존대로 불기소를 유지한 채 '마음 편히' 동료 검사들과 의리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자들이 현직 검사이거나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록 모양새가 빠지기는 하지만, 피고인을 대리하는 형사 변호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A검사나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머리 수 늘려 액수 줄이기'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인 전략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종류의 계산법이 재판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96만원 불기소 세트' 계산법은 검찰 스스로가 만들어 내 피고인들에게 알려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부인하기도 상당히 민망할 것이다.
김봉현의 '검사 술접대 폭로'가 처음 터졌을 때 당시 현직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검사 술 접대가 사실로 밝혀지면 공개 사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퇴임 전이나 퇴임 후 이와 관련하여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 최근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참석했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유감을 표하기도 하였다.
검사 술 접대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촌극을 감상하노라니, 검찰의 자승자박과 '제 식구 감싸기', 그리고 '선택적 기소 논란'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과연 진정한 검찰 개혁은 가능한 것인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