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볕 든 중후장대, 키워드는 '최대·역대'

철강·건설기계 등 1분기 영업익 큰 폭 개선
앞으로 시장 상황 '장밋빛'…"철강·조선 가격 인상 계속"

입력 : 2021-05-02 오후 12:01:14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중후장대 업체들이 올 1분기 줄줄이 '역대급 실적' 역사를 썼다.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건설과 제조업이 다시 회복한 덕으로,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강·조선·건설기계 주요 업체들이 1분기 실적을 연이어 발표한 가운데 대부분의 업체가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지난해에는 실적이 곤두박질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이 경기 부양책을 펴고 이에 따라 각국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특히 철강과 건설기계 산업이 수 년 만에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활약하고 있으며, 조선의 경우 아직 실적을 개선하진 못했지만 '슈퍼사이클(가격상승)'엔 이미 진입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조원 규모 자구안을 실행한 두산그룹 계열사들도 흑자를 보며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포스코·현대제철, 수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
 
철강업계 1, 2위인 포스코(005490)현대제철(004020)은 1분기 나란히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포스코는 2011년 2분기 1조7000억원 이후 최대인 1조55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0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실적인 730억원의 4배를 뛰어넘는 3039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었다.
 
이달 둘째주 실적 발표를 계획 중인 동국제강 또한 전년 동기보다 32.8% 늘어난 74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산업은 올해 건설과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이 회복세를 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당국이 탄소 저감을 위해 철강 공장 감산을 지시하면서 전반적으로 공급은 줄고 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면서 철강 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중국이 이달부터 철강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을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하반기에도 전망이 밝다. 중국은 자국 업체들이 철강을 수출하면 세금의 약 13%를 돌려줬다. 하지만 환급이 폐지되면서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출도 줄일 것이란 관측이다.
 
원자재인 철광석값도 계속해서 오르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해 수익성을 꾀할 계획이다.
 
자산 매각 효과·건설기계 호황…두산그룹 '날갯짓'
 
지난해 경영난으로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줄줄이 매각한 두산그룹도 1분기 흑자를 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두산중공업은 1분기 영업이익 3721억원, 순이익 248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분기 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건 2019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두산중공업(034020)은 주력인 원자력 발전 사업이 고전하면서 최근 몇 년 새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클럽모우CC 등 자산과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 등 3조원 규모 자구안을 추진했다.
 
자구안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건설기계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까지 선전하면서 실적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주력인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대폭 늘리면서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소형 건설기계 계열사인 두산밥캣 또한 미국 등 건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11% 늘었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면서 건설기계 시장은 앞으로도 호황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을 앞둔 점은 변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안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과거 호황기 보는 듯"…수주 쓸어 담은 K-조선
 
경기 회복에 해운업이 호황을 타면서 조선사들도 1분기에 주문이 쏟아졌다. 조선업은 최근 3~4년간 수주 가뭄에 시달리며 대표적인 구조조정 업종으로 분류됐으나, 1년 새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평가다.
 
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 국내 3사는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1024만CGT를 수주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10배에 달한다. CGT는 선박 건조 시 작업량을 측정하는 단위를 말한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가 많지 않아 1~2분기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에는 상승세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의 시장 상황이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던 2003~2008년 중 2003년 초와 비슷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조선사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박 가격도 앞으로는 계속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 조선사들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면서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대량 발주로 인해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의 2023년 말까지의 건조 슬롯(작업장)이 빠르게 소진됐다"며 "안정적 물량 확보 통해 선가 인상 발판을 마련하면서 당분간 선가는 상당폭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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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