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세종대로, 녹색 ‘가로숲길’로 바뀌었다

1.55km 세종대로 사람숲길 완성…차로 줄여 보행공간 확대

입력 : 2021-05-05 오전 11:19: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도심 핵심구간인 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서울역 1.55km가 차로를 줄이고 보행공간을 확대해 가로숲길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작년 7월 첫 삽을 뜬지 9개월만에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을 5일 완료했다.
 
서울시는 선형공사를 작년 연말에 마무리하고 정식 개방에 앞서 시민들이 넓어진 보도를 미리 걸을 수 있도록 올 1월부터 보행로를 임시 개통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초목을 식재하고, 보도공사를 마무리했다.
 
세종대로 일대는 기존 9~12차로를 7~9차로로 과감히 줄이고 보행로 폭을 최대 12m까지 확대해 보행자 편의에 초점을 맞췄다. 차도가 축소된 자리엔 서울광장(6449㎡) 면적의 2배가 넘는 보행공간(1만3950㎡)이 생겼다. 세종대로 전 구간에 자전거 도로가 새로 생겼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광화문광장, 덕수궁, 숭례문 등 세종대로의 대표적 명소를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다. 서울의 관문이지만 차도로 둘러싸여 단절된 교통섬 같았던 숭례문 옆엔 500㎡ 규모의 보행공간이 신설됐다. 
 
시민들은 숭례문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걸을 수 있게 됐다. 보도 폭이 좁아 두 명이 나란히 걷기도 불편했던 북창동은 보도가 기존 4~5m에서 최대 12m로 넓어졌다. 덕수궁 대한문 앞 보도는 최소 6m 이상 넓어져 광장이 기존보다 2배 이상(1030㎡) 확대됐다.
 
사람숲길 도보해설관광 코스를 신설하는 등 관광 콘텐츠도 확대한다. 북창동~남대문시장~서울역의 쇼핑과 먹거리 상권, 문화·광관이 보행으로 연결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단순히 차로만 축소한 것을 넘어 수목과 꽃으로 가득한 ‘도심 가로숲’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심 전체를 푸르른 숲길로 연결하는 보행도시 서울을 추구하고 있다.
 
넓어진 보행공간엔 도심에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도심 가로숲이 생겼다. 녹색 테마숲과 다층식재 녹지대로 조성됐다. 청계광장, 북창동처럼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곳엔 이동식·고정식 플랜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숲을 조성했다. 
 
숭례문 인근 교통섬 2곳엔 숭례문과 어울리는 고즈넉한 22주의 소나무를 식재해 ‘송림거리’를 조성했다. 북창동의 경우 보도가 넓어지면서 하나였던 가로수 길이 두 개가 됐다. 가로수 사이를 걸으며 새롭게 조성된 화단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청 주변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성한 경관을 선사할 ‘녹색숲’이 생겼다. 도로만 있던 서울시의회 앞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식재돼 여름철 푸르른 녹음을 더한다. 시청역 주변엔 청단풍과 배롱나무가 식재돼 가을철 붉은빛을 선사한다. 
 
공사 후 통행속도도 공사 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평균이 21.7km/h이며, 지난달 평균은 21.6km/h다. 오히려 교통량은 공사 전보다 17.6% 감소했다. 불필요한 통과 차량이 다른 도로로 우회하면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던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완성된 세종대로 사람숲길을 6일 오전 직접 걸으며 확장된 보행로를 점검할 계획이다.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숭례문을 돌아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총 2.1km 코스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은 사대문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지만 도심 곳곳이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다”며 “세종대로 사람숲길을 시작으로 도심 전체를 푸른 숲길로 연결해 세계적인 명품보행도시 서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 이후 달라진 서울광장~숭례문 모습.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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