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1분기 대규모 수주를 따냈음에도 내년까지 적자 탈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조선사와 달리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 분야에서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이 불발된 원유시추선(드릴십) 5기에 대한 손실이 계속해서 장부에 반영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6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회사는 올 1분기 드릴십 5기 평가손실 2140억원을 반영해 50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이어온 바 있다.
수년 적자의 주원인인 드릴십은 바다에 매장된 원유나 가스를 발굴하기 위해 구멍을 뚫는 일을 하는 선박을 말한다. 이 시장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호황이었지만 2014년 '아랍의 봄(반정부 시위운동)' 이후 국제유가가 뚝 떨어지면서 조선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통상 드릴십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이익이 난다고 보는데 아랍의 봄 당시 4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드릴십 평가손실이 4540억원가량 발생한 바 있다. 재고자산의 가치는 매년 재산정하며, 전년보다 낮은 경우 평가손실 항목으로 반영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극지용 드릴십.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드릴십 재고는 5기다. 2기는 지난해 10월 그리스 트랜스오션이 계약을 파기하며 발생했고, 이에 앞서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에서 수주한 1기, 노르웨이 시드릴에서 수주한 2기가 재고로 남아있다.
현재로선 드릴십이 언제쯤 매각이 완료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을 넘긴 했지만 아직까진 드릴십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발주 물량도 아직 없다. 2015년 이후 드릴십 중고거래도 뚝 끊기면서 시장에선 올해 안에 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 3기에 대해선 협상을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매각 시기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드릴십을 포함한 해양프로젝트 수주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삼성중공업은 내년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선박 수주 증가에 따른 공사손실 충당금 규모 확대, 강재 가격 인상 등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사손실 충당금은 새로 수주한 선박 제조 비용이 원자재 상승 등의 요인으로 예상보다 커질 것을 대비해 설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조선업체들은 선박 제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당금을 쌓아 비용으로 반영한다.
예를 들면 선박 건조 기간이 3년이라면 선박 수주액과 제조 비용(총 예정원가)을 3년에 걸쳐 나눠 매출과 비용으로 잡고, 예정원가가 선박수주액을 초과할 경우 공사손실 충당금을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수주가 늘면 공사손실 충당금도 증가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1분기 51억달러 수주를 성사시키면서 1230억원의 충당금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1조원의 유상증자와 5대 1 액면가 감액 방식의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잠식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무상감자의 경우 액면가를 낮추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행 주식 수에는 변동이 없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