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코오롱티슈진이 불확실한 1건의 계약을 제외하곤 적자 지속이 불가피했음에도 201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던 배경에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CTO)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노문종 대표는 인보사 초기 연구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조용래)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한영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를 소환해 인보사 사태 관련 회계 조작 의혹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한영회계법인은 코오롱티슈진의 외부감사인으로 최근 3개 사업연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냈다. 이로 인해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거래소로부터 이달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회계사 A씨에게 “코오롱생명과학이 일본 미츠비시타나베(MTPC) 제약에 서브라이센스 권리를 행사하기에 앞서 부담하는 코오롱티슈진의 임상 3상 시료(제품) 생산 정보, 환자 모집 정보 등을 제공할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A씨는 “사소한 의무가 아닌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감사 과정에서 MTPC로부터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는 검찰 측 질의에 A씨는 “당시 (MTPC와의) 계약서를 검토하고 노문종 박사(현 코오롱티슈진 대표)와 인터뷰까지 했는데, (인보사 임상3상에 대한 내용) 교육을 제공하는 정도의 사소한 이슈라는 취지의 노 박사 의견에 따라 (당시엔) 사소한 의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11월 일본 MTPC와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5000억원 규모 서브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1999년 설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던 티슈진은 이 계약 한 건으로 단번에 흑자 전환했다. 서브라이센스 계약 체결 시 마일스톤(기술수출 수수료) 및 로열티의 50%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티슈진은 이듬해 2017년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MTPC는 티슈진 상장 직후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계약체결 당시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3상을 위한 임상시료 생산처, 임상 개시 요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A씨는 코오롱티슈진 회계 처리 관련 연구개발비 상각처리와 선수금 항목 등을 어떻게 검토했느냐는 검찰 측 질의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8년 인보사 연구개발비 267억원 중 57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상각했다.
검찰은 코오롱 측이 인보사 주성분을 속여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고,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회사가치를 상장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술수출 계약금 일부를 회계에 미리 반영하는 방식으로 장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