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고용노동부가 최근 노동자 사망사고가 난 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 작업장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가운데 노동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회성 점검보다는 현장에 상주하는 상시 감독관과 함께 하청업체 비율 축소, 운영 시스템 개선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중대재해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17일 현대중공업 사업장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감독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주관으로 이달 28일까지 진행하며, 산업안전 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46명이 투입됐다.
특히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사고 현장뿐 아니라 본사까지 점검하기로 했다. 제조업 중 본사와 현장을 함께 감독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 작업장에서는 6명의 노동자가 숨진 바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감독은 감독관들이 현장 상황을 살펴본 뒤 문제점을 지적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식으로 진행한다. 노동부는 이번 현대중공업 특별감독의 경우 △대표이사·경영진의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인식·리더십 △안전관리 목표 △인력·조직, 예산 집행체계 △위험 요인 관리체계 △종사자 의견 수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관리 역량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지난 8일 노동자가 설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난 현대제철 작업장도 이번주 내에 특별감독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 2월 5일 40대 노동자가 철판에 머리를 맞아 숨진 현대중공업 사고 현장.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노동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노동계는 이는 일회성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특별감독 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5월에도 사망사고로 특별감독을 받았는데, 감독 종료 후 하루 만에 노동자가 숨지기도 했다.
노동계는 특별감독관들이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실제 근무하는 노동자가 아닌 이상 사업장마다 다른 위험 요소를 전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조선 사업장은 아파트 건설현장처럼 매번 상황이 바뀌는 곳"이라며 "점검하고 난 뒤에도 현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문제점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감독이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일회성이 아닌 상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규직보다 안전 사각지대에 있으나, 본사 차원의 관리가 어려운 하청업체 직원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상시 감독은 필수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하청업체 비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하청 직원은 표준작업지도서나 작업중지권 같은 각종 안전 장치에 대한 알권리는 물론 이를 활용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안전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법적으로 하청 비율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감독이 사고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안전 문화를 개선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개선책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까지 감독해야 한다"며 "사고 현장만을 보는 것이 아닌 좀 더 장기적인 측면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