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와 산업은행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HMM(011200) 매각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만기가 다음달 도래하면서 매각설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HMM 주가가 폭등하면서 몸값이 과도하게 뛰었고, 운임 정상화 후 실적 하락 같은 위험 부담을 고려할 때 인수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30일 HMM이 발행한 190회 CB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전액 보유한 산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은은 이를 원금과 이자까지 한꺼번에 상환받거나 주당 5000원에 HMM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한번에 상환받는 건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식 전환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HMM 주가는 1년 만에 10배 이상 폭등한 상황으로, 현재 주가인 약 4만6000원을 대입하면 주당 4만1000원 이상의 평가차익이 예상된다. 산은이 보유한 주식 수 6000만주로 계산하면 원금을 제외한 총 이익 규모는 2조4000억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투자금 대비 약 7~8배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은 CB를 주식으로 바꿔 바로 시장에 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대량으로 푸는 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국책은행엔 부담이기 대문이다.
그렇다고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상 은행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 경영자를 찾아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산은이 보유한 HMM CB 만기가 다음달 도래하면서 회사 매각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HMM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 후보자는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CJ 등이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앞서 산은이 인수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력자 후보로 꾸준히 언급된다.
포스코가 인수 물망에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물류 업무를 하는 자회사 출범을 추진했다가 해운업계 반대로 포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원재료 확보 등을 위해 해운사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9년에는 1만6000만톤(t)의 자재를 옮기기 위해 물류비 약 3조원을 지출했다.
다만 포스코는 회사가 필요한 선박은 석탄이나 철강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이라며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다른 계열사들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많이 보유했는데, HMM 인수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높이면 지배구조 개편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이 드는 작업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이유로 인수까지 나서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산은이 지분을 일부만 시장에 풀 수 있다는 예상과 함께 현재 HMM 지분 4.3%를 보유한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주식을 넘길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밖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은행도 15%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있어 매각 대신 이 방법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