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커지는데 증권가 “조정시 매수”…고심 커지는 투자자들

증권가 낙관론에도 시장은 인플레 반영 중…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박 더 커질 수도

입력 : 2021-05-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연초부터 예상됐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회의록에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 가능성이 언급됐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 낙관론을 이어가며 “조정 시 매수”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주간(10~21일) 코스피는 1.28% 하락했다. 특히 12일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 발표를 앞두고 우려감이 반영되며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 코스피는 11일부터 3거래일 연속 1% 넘게 빠졌다.
 
지수하락이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상장주 주가도 내렸다. 이달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각각 4.53%, 11.55% 하락했으며, 삼성SDI(006400)의 주가도 6.81% 내렸다. LG화학은 0.11% 소폭 올랐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우려에 대형 성장주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인플레이션은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성장주들의 ‘비중 확대’를 추천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증권가에서 발행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리포트 중 ‘매도’나 ‘중립’ 의견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목표주가를 내린 리포트도 3개에 불과했다. LG화학과 삼성SDI의 목표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증권가에선 기업이익 개선이 증시 하단을 견고히 하는 만큼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신영증권, KTB투자증권, 유진증권 등은 국내 배터리 업체와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비중 확대 리포트를 발행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대만과 한국의 수출 지표에서 경기민감 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전자 부품 혹은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을 앞서고 있다”면서도 “반도체 업종의 경우 기저효과가 경기민감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장성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4월 반등을 보이던 2차전지 밸류체인들이 5월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4월에도 EV 판매량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이라며 “배터리 업체들의 증설 움직임은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외 증시는 이미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을 반영하고 있다.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가치주의 차익실현 빌미를 제공했고, 성장주의 약세 기조를 이어가게 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4월 수입 물가는 전년 대비 10.6% 급등했는데,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의 추세적 상승 소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생산자물가 역시 전년 대비 6.8% 상승했으며, 이는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숙박 레저 등 저임금 업종의 임금도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장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기업이익 개선세도 약해질 수 있고, 미국의 증세 역시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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