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여파…신차 출고지연에 속타는 고객들

한두달은 기본…옵션 포기 안 하면 연내 인도 불가 차량도

입력 : 2021-05-25 오전 6:01:1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신차들의 출고 대기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특정 옵션을 포기하지 않으면 연내 차량인도가 불확실할 정도로 출고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반도체 재고 부족으로 이날부터 26일까지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005380)는 이번 휴업으로 30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이달 18일과 20일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7일부터 14일에는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을 휴업했다.  
 
기아(000270)도 이달 17~18일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소하2공장의 생산을 멈췄다. 한국지엠은 올해 2월부터 부평2공장의 생산을 절반으로 줄였고 이달부터는 창원공장도 감산에 돌입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기 차종의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사진/현대차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주요 차종들의 출고 대기기간은 수개월에 달한다. 현대차 투싼은 6개월 이상, 스타리아와 팰리세이드는 6주에서 3개월가량 기다려야 한다. 아반떼, 제네시스 G80도 대기기간이 2~3개월 이며, 그랜저도 4~5주 정도 대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차량 출고를 앞당겨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현대차는 지난 17~18일 아이오닉5 계약자를 대상으로 2차 계약변경(컨버전)을 진행했다.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 △전좌석 메모리 시트 △2열 열선시트 △후석 승객알림 등이 포함된 ‘컴포트 플러스 옵션’에서 후석 승객알림 사양을 제외한 ‘컴포트 플러스Ⅱ’로 변경할 경우 2개월 내 납기 보장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또한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선택하면 7월 이후에 생산이 가능하며, 4륜구동 시스템인 H-TRAC를 고르면 롱레인지 4WD의 경우 6월 이후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지난 12일 ‘제18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는 5~6월이 정점으로 보이지만 단기로 끝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길게 보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반도체 공급 차질이 계속되겠지만 아이오닉5 등을 적기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구입 시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선택하면 7월 이후 생산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사진/현대차
 
기아 K8의 대기기간은 대략 4개월이지만 하이브리드에 일부 옵션을 넣거나 3.5 가솔린 모델에 AWD 옵션을 추가하면 연내 출고가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K8 계약고객에게 원격스마트주차보조(RSPA), 후방 주차 충돌방지보조(PCA)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출고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지만 두 옵션 모두 고르면 10월까지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K8 2.5 가솔린 모델을 계약한 한 고객은 “카마스터한테서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10월 이후부터 생산되기 때문에 올해 차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안전을 위해 해당 기능을 넣고 싶지만 포기하고 빠르게 출고를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업체들이 인기 차종에 반도체 부품을 집중적으로 배정하거나 마이너스 옵션으로 부품 부족사태에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말까지 반도체 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업체들의 대응은 미봉책이기 때문에 당분간 생산차질과 출고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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