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허위·미끼매물, 강매 등 중고차 업계의 관행이 근절되지 않으면서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올 초 중고차 사기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중고차 업계는 내달 ‘자동차산업발전회’(가칭)를 출범시키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하려 했지만 중고차 업계가 발족식 전날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대화를 재개하는 데 공감을 이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협상 시한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에 주차된 중고차 모습. 사진/뉴시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2019년 2월 기한이 만료됐지만 중고차 업계가 재지정을 신청했고 이후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를 비롯해 르노삼성·한국지엠·
쌍용차(003620) 등 완성차 5개사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기한은 지난해 5월이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간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허위매물 판매, 주행거리 조작 등 중고차 업계의 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교통연대가 지난달 12일부터 시작한 ‘중고차 시장 전면개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현재까지 10만2728명이 참여했다. 서명운동 사이트에는 ‘중고차 좀 마음 편하게 사게 해 주세요’, ‘중고차 시장 투명하게’, ‘현재 중고차 시장은 갈아 엎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또한 중고차 사기판매로 인해 60대 남성이 올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고차 업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0대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간 허위매물을 근절시켜 주세요’ 청원이 등장했다.
중고차 강매로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사건과 관련한 청원이 올라왔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피해자는 300만원으로 화물차를 구매하기 위해 인천 서구 간석매매단지를 방문했지만 200만원짜리 중고차를 700만원에 강매당했다”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강화해 허위매물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소비자 피해가 지속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만 끌고 있는데 조속히 결론을 내야할 것”이라면서 “최근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중고차 업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허용 후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쿼터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연간 중고차 거래량의 10%까지만 허용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필요하지만 독점은 막아야 한다”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수입차 업체와 같이 5~6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한 인증 중고차 형태로 판매하는 등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