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전세계 시민·인권단체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돈줄'을 끊기 위해 해외 에너지 회사들에게 대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6일(현지시간)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캘리포니아의 셰브런(Chevron) 정유공장에 시위대 80여명이 몰려가 "미얀마 군부에 대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셰브런은 프랑스 토탈사가 운영하는 미얀마 야다나 가스전의 지분 28.3%를 갖고 있다.
이번 시위는 셰브런 연례총회를 앞두고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 대응 등을 촉구하기 위해 열린 가운데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요구도 함께했다.
시위를 조직한 잭 이드는 "셰브런은 미얀마의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군부를 압박하는 미국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며 "환경은 신경 쓰지 않고 이윤만 추구하는 셰브런의 비즈니스 관행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얀마 사례는 그들의 비즈니스 관행과 딱 맞아떨어진다"며 "셰브런은 단지 이윤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 미얀마의 쿠데타를 묵인 중"이라고 꼬집었다.
시위대는 앞서 지난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의 셰브런 정유공장 앞에서 "살육자금 조달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셰브런을 향한 시위는 비슷한 시기 호주와 필리핀에서도 열렸다.
현재 토탈과 셰브런,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중국 CNPC, 한국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해외 에너지 기업이 합작사를 만들어 미얀마 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국영 석유가스회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군부 정권과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사업이라는 이유로 대금 지급 중단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5일 태국 국영석유회사(PTT)를 대상으로 "미얀마 군부와 석유가스 사업을 중단하라"며 "군부는 수입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무기를 사는 데 쓸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태국 PTT가 30년 이상 미얀마에서 석유가스 사업을 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PTT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 제재를 존중하고 군부와 관계를 끊어야 범죄 연루를 피할 수 있다"며 대금 지급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1일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군경의 발포와 폭력에 827명이 숨지고 5400여명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