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전동화 흐름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던 포드도 30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2025년까지 300억달러(약 33조5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2월에는 투자금액이 220억달러(약 24조6000억원)였지만 3개월 만에 80억달러(약 9조원)를 증액했다. 여기에는 지난주 발표된
SK이노베이션(096770)과의 합작사(JV) 설립을 통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투자하는 비용도 포함됐다.
포드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40%를 전기차로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 ‘트랜짓 밴’, 내년 픽업트럭 ‘F-150’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포드는 지난해 10월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미국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포드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고 말한 바 있다.
포드가 최근 2025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약 3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경쟁 업체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2월 ‘2025 전략’을 공개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 및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이고 연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현대차(005380)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했고 하반기
기아(000270) EV6를 선보여 전기차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외에 미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해 내년부터 아이오닉5, EV6의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 시장 상황과 미국 친환경차 정책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270억달러(약 30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30개 모델 출시 및 100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GM은 세계최초 전기 슈퍼 트럭인 ‘험머 EV’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전기차 기반 배송사업인 '브라이트 드롭(Bright Drop)'도 추진하는 등 전기차를 활용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 모습. 사진/기아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월 연례 기자단담회에서 전동화 전략을 공개했다. 내년까지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MEB) 기반 27종의 차량을 출시한다. 2025년까지 모든 브랜드와 세그먼트 모델에 얹을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SSP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지난 2월 전동화 전략 ‘리이매진’을 발표했다. 2026년 탈 디젤 실현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 라인업에 전동화 모델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재규어는 2025년 순수 전기차 럭셔리 브랜드로 탈바꿈하며, 랜드로버는 향후 5년간 6종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전기차가 자동차 분야에서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테슬라를 현대차그룹이나 폭스바겐, GM 등이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며, 전기차 플랫폼 경쟁력이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