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 '160억원대 출금 정지' 사태를 일으킨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소닉 피해 투자자들이 최근 집단소송을 냈다. 이들 피해자는 비트소닉에서 암호화폐를 사서 매도하지 못하고, 예탁금 출금도 막힌 상황이다. 소송인단 대부분은 30~50대 직장인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에선 30대가 44.7%(17명)로 가장 많았으며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지 못한 50대도 있다.
#. 또 다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은 불법 다단계 형태로 회원 4만여명을 끌어모아 총 1조7000억원의 수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다. 한 계좌당 600만원을 내면 6개월 후 투자금 3배인 18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새 회원 모집 시 120만원의 소개비를 제공한다는 형태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각종 불법 행위와 범죄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간 암호화폐가 제도권 안에 편입되지 못하면서 이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암호화폐 사기 급증… 피해액 5.6조
(왼쪽) 브이글로벌, (오른쪽) 비트소닉 사이트 화면. 사진/각 사
최근 4년간 암호화폐 관련 범죄로 발생한 피해 금액은 5조원을 훌쩍 넘겼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암호화폐 범죄 피해금액‘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2020년 2136억원 △올해 1~4월 942억원 등으로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경기남부경찰청(경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남지방경찰청(경남청) 반부패 경제수사계가 수사 중인 사건 피해액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액은 5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경기청이 입건한 피의자 14명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에 600만원을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6만9000여명으로부터 3조85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남청은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자 명목으로 1100여명의 피해자에게 835억 상당을 유사 수신한 피의자 2명을 검거해 수사 중이다.
최근 4년간 가상자산 관련 범죄행위 피해금액. 제공/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암호화폐 사기로 검거된 인원도 크게 늘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암호화폐 사기 적발 건수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암호화폐 사기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223% 급증했으며 지난해 검거 인원도 560명으로 전년(289명)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1~4월 가상화폐 사기로 검거된 인원은 69명이다.
암호화폐 불법행위 6 유형…‘다단계·유사수신’ 사기 건 3배↑
최근 5년(2017~2021년 4월) 연도별 가상화폐 사기 적발 건수 추이. 제공/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 유형은 △비제도권 금융업체가 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의 ‘다단계·유사수신’ △고객 예탁금을 돌려주지 않는 행위 △보이스 피싱처럼 가상자산을 대신 구매해 편취하는 ‘기타 구매대행 사기’ △장밋빛 전망과 상장 계획 등 거짓정보로 투자자 현혹 △데이터상 허위로 자산을 입력해 기망하는 수법 등으로 재산상 이익 편취 △해킹 및 해킹을 가장한 기획파산 등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돌려막기식’ 다단계 형태(폰지사기)로 운영하며 투자자 돈을 갈취하는 ‘다단계·유사수신’ 사기 사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지난해 검거 건수만 218건으로 전년(75건)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암호화폐 투자를 빙자해 투자자의 자금을 수신·편취한 사업자는 특가법상 사기·유사수신행위 및 방문판매업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암호화폐나 원화를 출금하는 것을 지연 또는 정지한 후 거래소를 폐쇄하는 식으로 기획 파산한 사업자는 특가법상 사기로, 암호화폐나 원화 출금을 막고 예치금을 횡령한 거래소는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는다.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자에게서 별도의 대가를 받거나 가치 없는 암호화폐를 발행·판매·상장한 거래소는 특가법상 배임 및 사기,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제재를 받는다.
데이터상 허위로 자산을 입력해 속이는 수법 등으로 이익을 편취한 사업자는 사기·사전자기록 위작 등으로, 해킹 및 해킹을 가장한 기획파산을 노린 사업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는다.
암호화폐 관련 사기범 처벌 받아도 피해 구제는 어려워
그러나 정작 암호화폐 사기 피해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길이 없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 폰지사기 등 사업자는 수익을 거두면 자금을 은닉하고 즉각 거래소를 폐업해 도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주원 정재욱 변호사는 “지금으로선 피해자가 거래소의 고의·과실 등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를 보전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당부했다.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도 “은행과 달리 블록체인 금융서비스는 탈중화 시스템이고, 암호화폐 지갑 자체도 비실명화 돼 있다”며 “피해자가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해 승소하더라도 해당 사업자가 은닉한 자금을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