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미국에서 와서 집만 3~4번 넘게 옮겼어요. 너무 힘들어 ‘좋은 집 찾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어요. 그랬더니 여기가 딱 나타나더라고요.”
사회주택 사업자 온썸이 운영하는 '어느가족' 독산점에 지난 3월 입주한 김나연(25·여)씨는 대학 졸업을 즈음해 미국에 인턴을 갔다가 2019년 돌아왔다.
대학생활 내내 노원에서 원룸에 혼자 살며, 자취의 외로움을 중랑천 산책으로 달랬던 김씨는 쉐어하우스에서 지냈던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원룸을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판교에서 지냈던 쉐어하우스는 한 달에 75만원이나 되는 월세를 감당 못해 나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씨는 초기에 일이 불안정해 본가인 부산과 서울의 고시텔 등을 오가며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김씨는 “친구 집에 지내며 두 달 동안 집을 15곳도 넘게 봤어요. 가격이 마음에 들면 너무 멀고, 높은 언덕을 올라가던가 하나씩 안 맞더라고요. 지치고 지쳐서 마지막으로 찾던 중에 여길 알게 된거죠. 처음엔 겉모습에 살짝 놀랐는데 내부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나연 어느가족 독산점 입주자가 집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어느가족' 독산점은 서울시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으로 1979년에 지어진 노후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했다. 온썸이 건축·인테리어·리모델링 분야에 갖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해 기존에 빈티지한 외관을 살리면서도 내부에는 온화한 색감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갖췄다. 구조안전진단과 단열보강, 구조보강까지 거쳤고 CCTV와 도어락까지 새로 설치해 입주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김씨는 “인테리어가 따뜻해서 좋아요. 마당도 있어서 비오는 날엔 꽃이나 나무를 창 밖으로 보면서 멍때리기도 해요. 전 2층에 있는데 1층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사람사는 집 같은 느낌을 받아 외로움이 풀어져요. 보안도 잘 돼 보호받는 느낌도 들고 교통편도 편하고 정말 저한테 딱 맞아요”라고 말했다.
많은 쉐어하우스에서 발생하는 장점이자 단점은 어울림의 강도가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외로움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로 쉐어하우스를 꼽기도 하지만,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때론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독립성 강한 MZ세대들이 쉐어하우스를 꺼릴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김씨도 독립성이 강한 MZ세대다.
김씨는 “‘와 우리 어울리자’ 몰려다니는 건 안 좋아해요. 여긴 개인적인 건 존중해 만날 때 인사하고, 시간날 때 얘기하고, 다른 때에는 터치를 별로 안 해 서로 신경을 안 써서 좋아요. 독립적인 성격이면서도 약간의 어울림을 좋아하는데 여기선 내껀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가까이 사람이 있어서 그걸 느낄 수 있어서 잘 맞아요”라고 말했다.
어느가족 독산점 2층 주방에서 김나연씨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김씨는 바쁜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탓에 식사시간을 여유롭게 갖지 못한다. 다른 입주자들도 각자의 일로 바쁘고 퇴근하면 지치고 피곤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3~4살 터울 안에 입주자들이 한 집에 있으면서 친목은 자연스레 형성되고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가벼운 고민 상담도, 거실에서 인기 드라나마 영화 시청도 종종 하지만 억지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얼마 전엔 입주자 회식이 있었다. 다들 바쁘니 미리 날짜도 의견을 물어 단톡방에서 정했는데 김씨가 하필 부산에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회식 메뉴가 곱창이었다는 걸 나중에 들은 김씨는 “더 얘기하며 친해지는 계기일텐데 다음엔 꼭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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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썸에서도 입주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각자의 프라이버시와 공동생활 사이의 균형을 찾고 있다. 일반적인 청소는 입주자들이 하지만, 공동공간은 온썸에서 정기적 청소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주자들에게 관리비를 페이백해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입·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여성 청년 셰프를 초대해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입주자 모임을 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어느가족 독산점은 1인실 7개와 2인실 1개로 모두 8명이 생활하는 구조다. 임대료도 20만원대로 저렴하고 보증금에 따라 더 낮출 수 있다. 김씨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저같은 친구들한테는 사회주택이 딱이다. 더 많은 청년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서울에 어머니랑 같이 살 보금자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가족 독산점 리모델링 공사 전 내부 모습. 사진/온썸
어느가족 독산점 리모델링 공사 후 내부 모습. 사진/온썸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