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집중투표제는 투기자본의 악용 우려가 있고 도입 기업도 9개사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채택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지표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2020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가 시행된 2018년 이후 비금융기업 175개사의 3년간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한국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으로 지정한 10가지 핵심원칙의 채택 여부를 공시하는 보고서다. 15가지 핵심지표로 구성되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의무공시 대상이다. 또한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요청하면 주총에서 투표를 실시해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선임하는 제도이다.
전체 15개 지표에 대한 평균 채택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해인 2018년 평균 채택률은 52.9%이며, 2019년 58.6%, 2020년 64.6%였다. 다만 3년 연속 채택률 최하위인 지표는 ‘집중투표제 채택’이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5%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채택 현황 자료 중 일부. 자료/전경련
보고서는 기업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영 안정성 저하,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권 보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집중투표제 채택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학계,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 전문가들도 소수주주권 보호에는 집중투표제보다 주총 집중일 분산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경련은 내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가 의무화되는데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만 해도 100페이지가량의 두꺼운 공시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ESG 공시까지 추가되면 기업들에 상당한 행정적, 비용적 부담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ESG 공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틀을 정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기업의 체계적인 ESG 경영전략 수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시제도의 간소화·단일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