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그룹이 로봇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기술을 물류, 자율주행 및 도심항공교통(UAM) 분야까지 접목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하고 즉각적인 성과가 나지 않았음에도 중장기 전략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인 부분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 절차를 끝마쳤다. 사진/현대차그룹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소프트뱅크그룹과 체결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절차를 끝마쳤다. 이번 인수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약 11억달러(약 1조2511억원)로 평가됐으며 당초 계약대로 현대차그룹이 약 8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물류 로봇, 안내 및 지원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입을 위한 자율주행(보행), 로봇팔, 비전(인지·판단) 등의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인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은 최종적으로 현대차그룹(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이 80%를, 소프트뱅크그룹이 20%를 보유하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로봇공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UAM,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시너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성사시킨 첫 대형 M&A(인수합병)다. 정 회장이 직접 사재까지 투입해 지분 20%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정 회장은 지난주 인수 작업 완료에 앞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메사추세츠 월섬에 위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해 현지 경영진과 로봇 산업의 미래와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찾은 또다른 업체인 ‘모셔널’도 현대차 로봇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모셔널은 현대차와 미국 자율주행 기술기업 앱티브(Aptiv)가 2023년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각각 20억달러(약 2조2740억원)를 투입해 설립한 로보택시 회사다.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서 시험 주행을 진행 중이다.
특히 모셔널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차세대 로보택시 차량 플랫폼으로 선정하고 레벨4 수준의 자율 주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및 모셔널 엔지니어들은 관련 기술을 보다 고도화한 뒤 리프트(Lyft)와 추진 중인 로보택시 상용화 서비스에 아이오닉 5를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45억달러(약 27조8712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하며 지난해 444억달러(약 50조5094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부터 성장 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보이며 772억달러(약 87조8227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