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는 산업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반독점'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은 현재 미국에서 반독점 논란이 거센 정보기술(IT) 분야뿐만 아니라 농업, 항공, 은행 등 다수 산업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명령에는 소비자와 근로자, 기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리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관련 규정과 규칙 제정 과정 등을 재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정 정부기관이 관할 산업 분야의 거래와 경쟁을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세부사항이 포함됐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이 정부기관을 상대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행정명령”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재 초안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최종적이진 않지만 이르면 이번 주 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식통들은 다만 행정명령이 아직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았으며 그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인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정치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빅테크의 독점력 억제를 옹호해온 리나 칸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를 임명한 바 있다.
에밀리 시몬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현재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자 경쟁 금지 협약(경쟁 관계 회사 취업 금지)을 막고 농업 노동자를 남용행위에서 보호하겠다 약속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특정 산업에서 대기업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할 경우 향후 정부와 미 의회의 빅테크 규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25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해 시장경쟁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포함해 총 5개 반독점 규제 법안을 초당적으로 가결했다. 반면 미 연방법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상대로 FTC와 46주 검찰총장들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기각해 빅테크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기업과 공화당 일각에선 소송 제기 등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더글라스 홀츠이킨은 WSJ에 "반독점 행정명령은 민간부문은 틀렸고 정부가 더 좋다는 철학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