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최근 인세 누락, 이중계약 등으로 논란이 된 출판계가 자체적으로 책 판매 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저자 출판사 도서 판매정보 공유시스템' 가동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추진 중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통전망)과 공유시스템의 기능이 유사해 저자,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자체 통합전산망이 "출판계 불공정 관행 개선을 막기 위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은 책 판매량 정보를 저자와 공유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에 흩어져 있는 판매 정보를 이 시스템으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이 서점들의 단행본 매출은 출판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윤 회장은 "현재는 단행본의 70%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책의 제작에서 유통의 각 단위, 말하자면 인쇄소부터 책이 보관된 창고 등에 있는 재고 정보까지 참여를 늘린다면 95% 정도까지 이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협은 최근 작가들에 대한 출판사의 인세 누락 사건이 잇따르자 자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한 달가량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고, 1억 원 남짓 예산이 들었다.
대부분의 기능은 수년 전부터 문체부가 추진하던 통전망과 유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통전망은 도서 생산·유통·판매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예산만 약 60억 원이 투입됐고, 80개가 넘는 기능이 담겼다.
윤 회장은 정부의 통전망과 기능 유사성을 묻는 지적에 "소비자들이 네이버에도 들어가고, 구글에도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체부의 통전망은 저자에 대한 판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발생하니까 그런 기능이 나중에 들어갔다. 우리도 필요한 부분이 있어 만들었다"고 밝혔다.
출협은 문체부가 추진하는 통전망에 대해 '통전망을 강요하고 그에 순종하지 않는 출판인들에게 사업적 불이익을 주려는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며 반발해왔다.
윤 회장은 또 "다음주 진흥원으로부터 통전망에 대한 제대로 된 첫 설명을 듣기로 했다. 일단 급한대로 진행하고 통전망은 그것대로 잘 돌아가면 효율적인 면에서 합칠 수도 있다"며 추후 결합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어찌됐거나 출협은 전반적인 출판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해 방향을 결정할 생각"이라며 "문체부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를 추진해 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출협은 아울러 지난 2월 문체부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10종의 제·개정안을 확정해 고시한 점에 대해서도 수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정부 주도 출판표준계약서의 문제 제기된 내용을 전면 재검토해 수정된 출판표준계약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앞서 출협은 "사실상 표준계약서 사용 강제는 위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서울행정법원에 고시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