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코로나19 비상방역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남북, 북미 간 백신·식량 협력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갈등 속에서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면서 더 많은 물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달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따라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경우 미국이 인도적 분야에서 대북 제재의 예외를 어디까지 둘지가 관건이다.
6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장마철을 앞두고 식량 문제 관련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수해 대비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신문은 "장마철 피해 막이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문제야 말로 올해 농사 운명을 걸고 최대로 각성해 내밀어야 할 책임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현 경제 상황과 관련해 연일 경제관료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북한이 수해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에는 식량 부족과 연관돼 있다. 북한은 지난해 태풍 등으로 인한 수해 등 피해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코로나19 비상방역 조치의 장기화로 인해 경제 지표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정부 당국의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식량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적 지원을 염두에 둘 수 있지만 당장 남북, 북미 간 협력 가능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백신 전달 작업을 위한 국제기구 직원의 입국을 막은 것으로 전해지는 등 당장은 방역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우리는 (북한에게) 식량 지원을 하더라도 국내 여론을 감안해서 중국이 지원하는 것 만큼 대규모로 지원할 수가 없다"며 "(백신 지원도) 중국이 더 많은 물량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 중국이 우리 보다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만으로도 경제 발전을 기할 수 있고 버틸 수 있다 보니 북한의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비핵화 진전도 안 되고 남북관계 발전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8월 한미연합훈련 대응 방식에 따라 그 이후에 백신, 식량 지원 협력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남북,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생기게 되면 이후 백신 협력과 식량 지원 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판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은 백신 협력과 식량 지원 관련된 부분을 언급하기에는 바로 앞의 넘어야 될 산이 하나 있다"며 "한미군사훈련이라는 산을 부드럽게 잘 넘어가면 백신 협력, 식량 지원 관련 부분이 논의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미가 좀 더 전략적이고 유연한 접근법을 쓴다면 그 다음 단계는 그 가능성이 열린다고 봐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식량 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해 "제재와 관련한 예외 조항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북미 간 백신·식량 협력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난달 29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