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해운업계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올해보다 운임은 다소 하락하긴 하겠지만 친환경 규제와 해운 동맹의 공급 조정 등 변수가 있어 운임이 바닥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글로벌 해운전문지 로이드 리스트 보고서(Lloyd's List Intelligence)에 따르면 올해 해상 물동량은 전년 대비 4.2% 성장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지난해 해상 물동량은 전년보다 3.4% 감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해상 운임은 고점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Drewry)는 최근 발표한 컨테이너선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까진 컨테이너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선사들의 수익은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해상 운임이 올해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컨테이너 용선료(대여 비용)를 비롯한 각종 부대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사들이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코로나19 이후 공급이 크게 늘어 다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국내 1위·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한 것도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운임이 바닥을 쳐 수익성이 하락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수요 감소로 운임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친환경 규제와 해운 동맹 강화 등의 변수로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사진/뉴시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전처럼 운임이 급격히 하락하진 않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2023년부터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증가한 선박 수만큼 공급이 따라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시행하는 친환경 규제는 선박의 엔진 출력을 제한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골자다. 엔진 출력이 줄어들면 선박의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존에 3척을 투입하던 노선에 4척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선박 한 척에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줄면서 자연스레 공급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해운 동맹이 이전보다 강화된 것도 운임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이 수요보다 앞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거대 동맹에 속한 해운사들이 의도적으로 함께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에도 코로나19로 물량이 떨어지자 해운사들은 선박을 전부 운영하지 않으며 공급을 줄였고 그 결과 줄어든 수요만큼 운임이 하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건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은 "운임을 공유하거나 조정하는 것과 달리 공급량을 함께 줄이는 건 아직까진 담합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전보다 해운 동맹의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선사들이 함께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