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무리한 외형확장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데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한 셈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막대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절차를 밟게 됐다. 중국 매체 '중국증권보'는 칭화유니의 채권자 중 하나인 휘상은행이 지난 9일(현지시간) 칭화유니가 부채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치 않다며 파산 신청서를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칭화유니의 부채는 4월 기준 70억1800만위안(1조2418억원)에 달한다. 

 

지난 1988년에 설립된 칭화유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는 곳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가 51% 지분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사이며 산하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 YMTC와 모바일 칩 설계회사 유니SOC 등을 두고 있다. 

 

칭화유니는 2019년 64단 3D 낸드 기반의 256기가바이트급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지만 아직 투자 대비 수익성은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법정관리의 원인으로 꼽힌다. 칭하유니는 2013년 유니SOC 전신인 팹리스업체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7년에는 메모리 시장에서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중국 정부로부터 25조원을 끌고 오기도 했다. 

 

막대한 투자에도 실패한 사례는 이 뿐만이다. 지난 2017년 중국 최초로 7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를 만들겠다던 HSMC도 결국 문을 닫았다. 이 업체에 이미 투입됐거나 투입되기로 한 돈은 1280억위안(22조원)에 달했다. 또 중국 정부로부터 3조원을 지원받아 출범한 타코마 난징반도체도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파산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사실상 포기한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칭화유니가 파산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이 한계에 다다랐거나, 우량기업만 선별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업계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차세대 인터페이스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의 D램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대용량 메모리가 요구되는 차세대 컴퓨팅 시장에 맞춰 CXL 기반 메모리를 적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90억달러(10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규제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수를 마무리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에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은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칭하유니가 파산해도 반사이익을 보긴 어렵겠지만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