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에스엔, 한도까지 내린 CB 전환가…오버행 우려에 유동성도 빨간불

미상환 CB 314억 넘는데 현금성자산은 44억…CB전환 물량 총발행주식의 41%

입력 : 2021-07-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엔에스엔(031860)이 전환사채(CB) 발행과 CB 전환가액조정(리픽싱)을 지속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나오고 있다. 추가로 발행한 CB에 더해 기존 CB의 리픽싱이 한도까지 진행되면서 신규 발행될 주식도 늘고 있다. 엔에스엔은 CB발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존 발행된 CB들의 만기가 다가오자 유동성 및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에스엔은 최근 1년간 회사가 발행한 CB들의 리픽싱을 13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에스엔이 발행한 CB 중 현재까지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CB는 17~25회차 총 9개인데, 이 중 4개(17~20회차) CB는 이미 전환가액이 한도까지 낮춰졌다.
 
리픽싱은 CB 발행 기업의 주가가 낮아질 경우 CB의 주식 전환 가격을 낮추는 계약이다. CB 투자자의 경우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기존 주주입장에서는 전환 주식 수가 늘면서 주가가 희석되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엔에스엔의 CB 리픽싱이 많은 것은 그간 주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으나 사채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리픽싱 조건들 덕분이다. 엔에스엔의 CB 리픽싱 한도는 CB 최초 발행 당시 전환가액의 70%로 정해졌는데, 25회차 CB를 제외한 모든 CB의 리픽싱이 사채발행일부터 매 1개월마다 가능하다. CB의 리픽싱은 일반적으로 3개월마다 진행되며, CJ CGV(079160) 처럼 리픽싱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엔에스엔이 발행한 CB에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권한도 부여돼 주가가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가도 어느 정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표/뉴스토마토
 
엔에스엔이 사채권자의 이익 창출 기회를 높이면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CB발행 이후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자 유동성이 악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2145원까지 올랐던 엔에스엔 주가는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더니 현재 1300원 선에서 유지 중이다. 이는 이미 한도까지 리픽싱된 17회(1575원)와 18~20회(1379원) 전환가액보다 낮은 수준으로 언제 풋옵션이 행사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엔에스엔의 미상환 CB는 총 314억원 규모다. 이 중 17~20회 CB의 미상환 규모는 54억원 규모인데,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엔에스엔의 현금성 자산은 44억원에 불과하다.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재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엔에스엔은 작년 12월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51억원 규모의 20회차 CB를 만기 전 취득후 재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잔금 납입이 지연되면서 CB 재매각 시기가 8차례나 미뤄졌다. 올해 1월 재매각을 완료하려던 20회차 CB는 지난 5월 거래 상대방을 추가하면서 마무리됐다.
 
엔에스엔은 지난 7일 23회차 CB(140억원) 중 10억원어치의 CB를 만기 전 취득하기로 했는데, 해당 CB를 재매각할 경우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엔에스엔은 향후 이사회에서 결정에 따라 재매각이나 소각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CB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지속해온 만큼 오버행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엔에스엔의 미상환 CB 주식전환 가능 물량은 총 2350만주로 총발행주식수의 41%에 달한다. 21~25회차 CB의 리픽싱이 지속될 경우 전환 가능 물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엔에스엔은 자전거 제조와 컴퓨터 유통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기존 사업의 저마진 이 이어지면서 지난 2015년부터 6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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