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뭄으로 얕아진 강 수심…미주 선복량 더 줄인다

메마른 서부 강…'좌초' 방지 위해 선적량 제한
9년 전 미시시피 가뭄 때도 화물량 30% 줄여
'강수량 뚝' 파나마 통과하는 동안 노선도 '타격'

입력 : 2021-07-19 오후 1:06:06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최근 미주 서부 지역 강들의 수심이 얕아지면서 선사들이 미국과 캐나다로 가는 선박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을 줄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선박 부족으로 미주 노선 운임이 이미 급등세인 가운데 기후 변화로 인해 선복량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뱃값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국내 해상 화물 운송 대행업체(포워더) 관계자에 따르면 선사와 관련 업체들은 미주 서부 수심이 얕아지자 시애틀·포틀랜드·밴쿠버항 등을 기항하는 선박의 선복량을 당분간 줄이기로 했다.
 
무거운 화물의 경우 예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국내 한 포워더는 최근 공지를 통해 1TEU는 3톤(t), 1FEU는 13톤까지만 화물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이를 초과한 예약을 취소했다.
 
선사와 관련 업체들이 선복을 줄이는 건 무거운 상태로 수심이 얕은 강을 지나면 바닥에 닿아 좌초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당국도 나서서 선박 사이즈별로 무제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한 달 넘게 이례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가뭄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서부의 경우 9개 주의 95%가 가뭄이다. 한반도 11배 수준의 땅이 메마른 것이다. 가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강과 개울의 수심도 낮아지고 있다. 미국 최대 인공 저수지 미드호의 최근 수심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개빈 뉴섬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유키아의 메마른 멘도시노 호수 유역에서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12년 8월 미국 중부 미시시피강의 수심이 얕아졌을 때도 선사와 관련 업체들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수 주 동안 선적량을 30%가량 감축해야 했다. 당시 미시시피강은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100여척에 달하는 선박의 발이 묶인 바 있다. 미국은 군대를 투입해 강 바닥의 모래를 파는 작업을 통해 수심을 끌어올린 후 통행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동쪽으로 향하는 선박들도 얕아진 수심에 따른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미국 동쪽으로 가는 선박의 경우 주로 파나마 운하를 거치는데, 이 운하 또한 최근 강수량 감소로 수심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박들은 컨테이너를 꽉 채우지 않은 채 수로를 지나는 상황이다.
 
선박당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이 줄면서 미국 노선 컨테이너선 운임은 유럽과 지중해, 중동 등 다른 지역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주요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주 미주 서안 운임은 1FEU당 전주 대비 310달러 오른 5334달러를 기록했다. 동안 운임 또한 1FEU당 전주보다 299달러 오른 9655달러를 기록했다. 서안 운임은 최근 3주 연속, 동안은 15주 연속 오름세다. 업계 관계자는 "가뭄과 강수량 감소에 따른 선적량 제한은 오는 9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심할 경우 연말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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