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선사들이 최근 4~5년간 이어진 수주 가뭄에선 벗어나면서 한시름 덜었지만 아직 미소를 짓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주 호황에도 수익성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쟁국인 중국이 한국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어 국내사들의 긴장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일제히 연간 적자를 볼 전망이다. 업계 1위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15조1545억원의 매출이 예상되지만 395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는 면치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010140) 또한 75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작년에 이어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1871억원의 적자가 관측된다.
조선 3사가 수주 호황에도 연간 적자 실적이 예상되는 건 선박 원자재인 후판 가격 인상에 따라 2분기에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해서다. 하반기 후판 가격은 기존의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후판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 데 선가는 아직 이를 따라오지 못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선가는 현재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호황기 고점인 190포인트와 비교하면 70% 수준인 140포인트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사들이 영업이익률 2023년까지 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가가 지금보다 최소 13% 이상 높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강력한 경쟁국인 중국이 한국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요인이다.
조선학계에 따르면 중국이 1년 간 배출하는 4년제 졸업 조선 인력은 1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친환경 선박을 개발할 연구 인력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8월 특허청이 발표한 '조선분야 기술·특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738명이었던 조선분야 연구 인력은 2018년 822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도 3855억원에서 1418억원으로 60% 이상 감소했다.
수주가 늘었지만 수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현장에서 일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 3사 직접 고용 인력은 2016년 4만6235명에서 2020년 3만2748명으로 5년 사이 약 30% 줄었다.
아울러 수주 목표를 빠르게 채운 것은 조선사들이 애초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사들은 2016년 수주 실적이 바닥을 찍으면서 최근 4~5년간 목표치를 낮게 잡아 왔다. 올해 수주 목표치는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수주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13~2014년과 비교하면 올해 목표는 절반 수준이다. 2013년을 살펴보면 당시 한국조선해양은 당시 297억달러를 목표치로 제시해 274억달러를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은 130억달러를 목표로 잡고 136억달러 주문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목표인 130억달러를 초과 달성한 133억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한국조선해양 149억달러, 대우조선해양 77억달러, 삼성중공업 91억달러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