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정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 국민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마음껏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이 '반문'(반문재인)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최 전 원장은 '미래'를 강조하며 윤 전 총장과 차별화를 보였다. 다만 잇따른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전 원장은 4일 온라인 중계를 통해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28일 감사원장직을 내려놓은 지 32일 만이다.
이날 선언에서 최 전 원장은 △시장 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 △무너진 공교육이 정상화된 나라 △사회 안전망이 탄탄한 나라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 정책의 전면 재구축 △확고한 한미 동맹을 축으로 강력한 안보와 당당한 외교 추구 △국정 운영에 적법 절차 준수 △투명한 사회 등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형식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 전 원장은 가장 먼저 감사원장 사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오로지 이념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을 보았다"며 "감사원장의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으로 남느냐,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나를 던질 것인가. 저의 선택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장의 정치권 직행을 두고 헌법상 중립성 훼손 지적이 나온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 한 사람으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매표성 정책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봤다. 이 정권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라는 원칙을 허물었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청년과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며 자신이 현 정권의 대안임을 강조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취업을 가로막고 있는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최 전 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점을 감안해달라", "준비된 답변이 없다"고 말해 대선 주자로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다 못한 한 기자는 "준비가 안 됐다. 정치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준비가 안 됐는데 출마 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고 볼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최 전 원장은 기자들의 쓴소리에 결국 준비 부족을 인정하며 "나머지 법들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한데 열심히 해서 문제가 뭔지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그는 오는 5일부터 'J 투어'에 나선다. 이 같은 행보는 직접 발로 뛰며 민심을 청취, 정책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입당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차츰 사라지고 있고 주춤한 지지율을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출마 선언 뒤 첫 일정으로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 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다. 이후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하며 충청, 강원 지역도 순차적으로 들를 예정이다. 그의 영문 이니셜인 'J'를 본뜬 동선으로 전국을 순회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경기도 파주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