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해상 물류난이 가중되면서 해운업계 디지털 전환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기존 업무 방식으로는 쏟아지는 예약, 지연, 노선 변화와 같은 변수에 즉각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선사들은 최근 들어 디지털화를 빠르게 추진 중이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는 IBM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물류 플랫폼을 개발했다. 총 175개의 기업과 기관들이 등록된 이 플랫폼에서는 전세계 600개 이상의 항만과 터미널을 모니터링하면서 3000만TEU(6m 길이 컨테이너) 이상의 화물에 대한 실시간 추적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선 국적 해운사인 HMM이 지난해 카카오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세계 1위 머스크와 8위 HMM도 뛰어든 해상 물류 디지털 플랫폼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사진)는 "해운 강국이 되기 위해선 선박 크기를 키우는 '규모의 경제'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해상 물류 시장 참여자들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해운업이 발달한 편이다. 하지만 화주들이 선박을 예약하는 방식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항공권의 경우 소비자가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가장 저렴하면서 개인에 맞는 티켓을 살 수 있지만 수출업자가 선박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포워더'라고 불리는 물류 중개업자부터 찾아야 한다.
이 포워더들은 해운사로부터 선박 공간을 받은 뒤 이를 수출업자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단순 중개를 넘어 화물 인수부터 집하, 선적, 배달에 이르기까지 운송 전반을 대행한다.
문제는 실제 선박에 공간이 있어도 거래하는 포워더가 이를 확보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화주가 발품을 팔아 여러 포워더의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포워더 업체들의 규모가 대부분 작기 때문에 인맥에 의해 계약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박 대표는 "국내 해운 물류 시장이 폐쇄적이다 보니 정보 비대칭으로 화물을 효율적으로 운송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난으로 인해 물류비가 상승하고 선박 확보가 어려워진 데다 화물 지연도 잦아졌다"며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해 정보의 비대칭을 없애고 이런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트레드링스 '링고' 서비스. 사진/트레드링스 홈페이지
창업 전 현대상선(현 HMM)에서 4년간 근무했던 박 대표가 본 물류 업계는 디지털화 수준이 상당이 낮은 시장이었다. 포워더들은 고객에 화물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매일 아침 선사 사이트에 들어가 송장 번호를 조회해 엑셀 파일로 정리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박 대표는 "디지털 전환의 기초인 데이터는 대부분 수기로 작성하거나 표준이 없는 형태였다"며 "데이터가 있더라도 이를 의미 있게 취합하거나 나열하지 못해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서비스는 화물 견적을 비교할 수 있는 '링고(LINGO)'와 화물의 이동경로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쉽고(Shipgo)'다.
링고에는 4000곳에 달하는 국내 포워더가 등록돼 있어 화물과 목적지를 입력하면 견적을 바로 비교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약 2만여개 중소기업들이 트레드링스 플랫폼을 통해 물류비 견적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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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의 경우 선사로부터 받은 자료와 위성 데이터를 통해 지도상에 화물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은 국내에서 트레드링스가 유일하다. 두산인프라코어, 이랜드, LS니꼬동제련 같은 기업들이 쉽고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박 대표는 "화물 이동 경로는 물론 환적이나 도착이 잘 됐는지 등을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 화물이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해운 물류 시장이 디지털화하면 지금처럼 물류난이 심각할 때 더욱 효율적으로 선박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물류난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버려지는 선박 공간이 꽤 많다"며 "누구나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이런 불상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레드링스는 선사를 비롯해 포워더, 화주에 이르기까지 물류 업계 전반을 디지털 혁신해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