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2020 도쿄올림픽 기간 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일본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도에 이미 4번째 긴급사태가 선언됐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패럴림픽을 강행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부정여론이 팽배해, 재임을 목표로 하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11일 NHK에 따르면 이날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5812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일 기록했던 1만5750명을 넘어선 수치다. 일본에선 9일 연속 하루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 중증 환자가 많아지면서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제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네 단계로 나눠 구분한다. 도쿄의 병상 이용률은 50%가 넘어 가장 심각한 4단계에 이르렀다. 인접 수도권인 가나가와의 병상 이용률은 62%에 달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진 후 자택에서 요양하던 50대 남성은 병상 부족으로 약 120개 의료기관이 거절해 5시간여 만에 어렵게 입원했다.
아사히신문은 "오사카 지역에서는 감염자 입원 비율이 10%까지 저하되면서 자택 요양중에 사망도 잇따랐다"라며 "구급차 대기 시간이 47시간 가까이 된 사람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경증 환자의 경우 정부가 확보한 숙박시설에서 격리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 부족해 자택요양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자택요양자는 지난 4일 기준 약 4만5000명으로 1개월 전보다 11배 증가했다.
이처럼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현지 의료진들은 올림픽 방역 지원을 위해 차출됐다. 도쿄올림픽 개최 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간호인력 500명 확보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의료진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도쿄보험의협회는 "의료진이 올림픽에 차출돼 사망자가 증가한다면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스가 총리에 경고한 바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 오사카부 지사가 지난 4월 '의료비상사태 선포'라고 적힌 화면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쿄올림픽 기간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최다치를 기록하, 17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는 올림픽이 감염 확대의 원인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담당상은 "올림픽이 감염 확대의 원인은 되지 않았다"며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앞서 지난 6일 스가 총리도 "올림픽 개최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 개최된 올림픽을 완주했다며 자화자찬했다. 스가 총리는 총리관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통해 "1년 연기된 전례 없는 제약하에도 개최국으로서의 책임을 완수했다"며 "해외에선 '일본이니까 가능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자평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에 이어 오는 24일 개막 예정인 패럴림픽까지 같은 방식으로 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패럴림픽 선수단 내 확진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패럴림픽에는 약 4400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11일 '스가 총리에게 맡겨도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회의감을 표명했다. 사실상 스가 총리의 연임을 반대한 것이다.
아사히는 "긴급사태 선언 아래 도쿄올림픽 강행으로 행동 억제 호소도 국민에게 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생명과 생활을 (스가 총리에게) 맡겨도 되는 것인가. 정치지도자로서 스가 총리의 자질이 엄격히 문제되는 국면이다"고 지적했다.
도쿄올림픽 개최 성공 성과를 앞세워 가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재선으로 총리 연임을 하려했던 스가 총리의 청사진은 불투명해졌다. 지난 10일 NHK 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29%를 기록해 지난달 조사 대비 4% 포인트 하락했다. 전날(9일) 발표된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최저치(28%)를 기록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새 대표 얼굴로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실제 스가 총리에 맞서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밝히는 의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총무상을 역임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 의원은 출마 의향을 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도 "기회가 된다면 (총재 선거에) 도전하고 싶다.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