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증가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감에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완화됐지만,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우려가 증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단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3150~3250선으로 전망했다. 언텍트 시대 PC 사용량 증가로 인한 특수 감소 등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들의 반도체 매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실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지역 연준 총재들의 테이퍼링 관련 매파적 코멘트가 잇따르면서 조기 테이퍼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총재가 조기 테이퍼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로버트 캐플런 총재(댈러스)는 9월 발표, 10월 시행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 CPI는 전년 대비 4.3% 상승하며 전월(4.5%) 대비 낮아졌지만, 7월부터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될 것으로 판단됐던 만큼, 7월 CPI 상승률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세를 확장하고 있다”며 “테이퍼링 시행이 내년 초가 아닌 올해 10월이 될 경우 FOMC 회의 스케줄 상 내년 7월에 종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는 첫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하여 연준의 행보가 빨라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며 “상승 시도가 의미 있게 재개되기 위해서는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불식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은 반도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메모리반도체(D램) 현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논란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PC D램 모듈의 현물 가격은 32%가량 하락했다.
올해 들어 상승세를 거듭했던 D램 가격이 연말에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3분기보다 최대 5%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공급업체들이 재고 조정을 위해 가격을 계속 인하하면서 지난달부터 PC용 D램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는 단기적으로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경우 7월 말 이후 이익수정비율(ERR) 상대강도가 코스피 대비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번주(15~21일) 주목할 이벤트로는 16일 발표될 중국 월간 실물 경제지표와 17일 미국생산과 소비 지표, 18일 7월 FOMC 의사록 공개 등이 있다.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테이퍼링과 관련한 힌트를 찾으려는 시장 움직임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FOMC에서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하면서 테이퍼링의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최근 테이퍼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준위원들의 발언을 볼 때 의사록은 다소 매파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의사록을 통해 연준위원들이 시장의 예상보다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했을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연구원이 Micro LED 개발라인에서 유리 배선검사기에 기판을 올려 검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