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세계 3대 항구인 중국 닝보항 일부 구역이 코로나19로 작업을 중단하면서 물류 대란이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하역 일정이 밀리면서 전 세계 선박 스케줄이 줄줄이 꼬인 가운데 닝보항 대신 인근으로 선박이 몰리면서 다른 항구까지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닝보·저우산항 일부가 폐쇄되면서 선사들은 항만 근처에 배를 정박하거나 경로를 틀어 인근 터미널이나 항구로 이동 중이다. 닝보항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1명이 근무하는 메이산 터미널을 지난 11일 오후부터 폐쇄한 상태다. 닝보항 당국은 현재 방역 조치 중이며 항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닝보항은 중국에서 두번째, 세계에서 세번째로 물동량이 많은 항구다. 이번에 폐쇄한 메이산 터미널은 닝보항 전체 물동량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조선·해운조사업체 배슬밸류의 조사를 보면 전날 기준 메이산 터미널 근처에 정박한 컨테이너선은 약 50척이다. 지난 13일에도 약 40척의 선박이 닝보항 인근에서 대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대표 항구인 부산항에 드나드는 하루 선박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는 선박 중 일부가 메이산 대신 다른 터미널로 경로를 변경했으며, 남미 노선을 운항하는 선박 한 척은 이번 주 닝보항 정박을 아예 건너뛸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이번 주 3척의 선박이 닝보항에 정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선박들이 경로를 우회하면서 혼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닝보항의 다른 터미널로는 저우산, 베이룬이 있으며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항구에 들어오는 사람 수를 제한하면서 복잡한 상황이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 선사
HMM(011200)의 경우 베이룬 항만을 기항한다.
메이산 터미널에서 방향을 돌린 선박이 몰리면서 인근 상하이항 또한 3년 만에 가장 혼잡한 상황이다. 상하이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을 소화하는 항구다.
닝보항 일부 폐쇄로 선박들의 일정이 줄줄이 밀리면서 전 세계 물류 대란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 5월 말 옌톈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됐을 때도 한 달 이상 영향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옌톈항이 폐쇄되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구가 닝보항 물동량을 늘린 점도 문제다. LA 항구 관계자들은 불룸버그에 "옌톈항 폐쇄로 인한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기도 전에 닝보항 부분 폐쇄에 들어갔다"며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 구역을 대부분 폐쇄했던 옌톈항과 달리 닝보항은 메이산 터미널만 닫은 상황이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이산 터미널의 지난해 화물 처리량은 540만TEU(6m 길이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였으며 같은 기간 옌톈항 처리량은 1330만TEU였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구역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옌톈항 만큼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면 다음주 초 다시 정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4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주 운임은 4281.53포인트로, 전주보다 55.67 올랐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