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양국과 한미러 3국의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성사될 경우 이들의 대북 메시지에 따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한미 본훈련 개시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방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21~24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러시아 측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도 비슷한 기간 방한을 추진 중이다. 두 북핵 대표의 방한이 성사되면 26일까지 예정된 한미훈련 기간과 맞물리게 된다. 최종적으로 한미러 3국의 북핵 협의가 진행될 경우 한반도 안정과 긴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굴로프 차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한러, 한미러 북핵 협의가 열릴 수 있다. 러시아는 6자회담 국가 중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서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수 있는 국가로 여겨져왔다.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 북핵대표들의 방한 메시지를 살핀 뒤 한미훈련에 대응하는 도발 수위를 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한의 무력 시위 가능성은 그렇지 않아도 높지 않다고 보는데 러시아 측 북핵 대표까지 온다면 북한이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가들이 북한에 계속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훈련 기간 이후에도 북한의 군사적 무력 시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북핵협의에 대한 기대는 다소 낮게 평가된다. 성 김 대표가 방한해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북한이 다시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다시 도발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중국이 북한의 제재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며 "북한으로서는 중국으로부터 협력을 얻어내려는 시나리오가 다 엉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 과연 레드 라인을 넘는 수준까지 도발할 수 있을까에 대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과 한미러 3국의 대북 메시지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성 김 대표가 지난 6월 방한에서 북한에 '조건 없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냈을 때 이 과정에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미 양국과 한미러 3국의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성사될 경우 이들의 대북 메시지에 따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접견을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