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 내 아프간 정부 자산을 동결한데 이어 IMF도 지원 불가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달러 부족에 따른 아프간의 경제적 고립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탈레반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며 "아프간은 특별인출권(SDR)을 포함한 IMF의 모든 재원에 접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DR는 IMF가 창출하는 국제통화다. SDR를 배분받은 국가는 위기 시 SDR를 달러, 유로, 엔 등으로 교환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IMF는 국제사회의 견해를 준수할 것"이라며 "현재 아프간 정부를 인정해줄 것이냐에 대한 국제사회의 명확한 판단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 2일 코로나19 대응용으로 6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SDR 발행안을 최종 승인했다. SDR는 가맹국의 출자 비율에 따라 배분되며 이에 따라 아프간도 0.07%에 해당하는 4억5500만달러 규모의 SDR를 배분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에게 아프간 정부가 빠르게 점령 당한 후 IMF의 입장을 바꿨다. IMF는 가맹국들에 의해 움직이는데, 합법적인 정부라고 인정되지 않을 경우 기존이나 신규 SDR을 배정받을 수 없다.
선례도 존재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의 합법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기에 올해 초 IMF는 베네수엘라 정권이 50억 달러 SDR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캐나다, EU,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탈레반을 아프간 내 공식 정부로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미 백악관도 탈레반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할지 발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IMF의 이번 결정에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재무부 관리는 탈레반이 SDR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의 의원들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탈레반이 SDR을 못 쓰도록 IMF에 개입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아프간 중앙은행이 국제기금 94억달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금 중 대부분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묶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이 여전히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라며 탈레반은 미국에 있는 아프간 정부 자산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앞을 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