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HMM(011200) 해상노조가 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수출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년간 임금이 동결된 노조는 단체 사직서 제출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23일 HMM 해상노조는 전날부터 24시간 동안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한 결과 92.1%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전체 조합원 453명 중 434명(95.8%)이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 기준 찬성률은 88.3%다.
해상노조는 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오는 25일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위스 선사 MSC로의 단체 이직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MSC는 세계 2위 규모 선사로, 몸집을 키우면서 최근 한국 선원 모집에 나선 바 있다.
이어 선원법상 운항 중인 선박의 선원은 쟁의 행위를 할 수 없는 만큼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을 중심으로 집단 하선을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화물 하역·작업 인부의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증서 제시 전까지 작업자 승선도 거부한다. 이에 대해 HMM 해상노조 관계자는 "하역 인부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전 선원이 걸릴 수 있으며, 출항 후에는 조치도 불가능하다"며 "선원 목숨을 담보로 지금까지 돈을 벌었으니 우리도 스스로 목숨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MM 노조는 선원 등으로 구성된 해상노조와 사무직 직원들이 속한 육상노조로 나뉜다. 육상노조 또한 이르면 이날부터 조합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할 방침이다. 해상노조는 육상노조와 협의해 향후 함께 쟁의 행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HMM 해상노조 조합원이 지난 6월 HMM 선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HMM 해상노조
다만 해상노조는 사측이 새로운 제시안을 가져오면 다시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한두 푼 더 받으려고 파업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선원이 부족해 1년간 배에서 내리지 못할 정도로 HMM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도 임금이지만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MM 육·해상노조는 경영난으로 각각 8년, 6년간 임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에는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HMM은 현재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 아래 있어 노조 요구대로 임금 인상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측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그간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임금 인상률 8%는 그동안 직원들의 노고와 채권단 관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국내 1위 선사 HMM 노조가 파업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수출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수출입 물류 대부분이 선박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배가 멈춰서면 그간 쌓아온 화주들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2018년부터 추진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HMM 노조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양수산부는 이날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파업에 따른 수출입 물류 차질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