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상반기 역대급 실적…하반기부터 꺾일 듯

빅5 순이익 4880억…전년비 47.6% 증가

입력 : 2021-08-31 오후 4:52:41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수익이 늘어난 탓이다. 하반기부터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당국의 총량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1위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9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9% 늘었다. 영업이익은 21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4% 증가했다. 총자산도 11조8539억원으로 집계돼 업계 첫 12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 역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당기순이익은 1483억원으로 전년보다 53.8%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84억원로 집계돼 50.2% 늘었다. 총자산은 9조8351억원으로 반기만에 약 8000억원 넘게 상승했다.
 
자산 기준 5위권 이내 업체인 웰컴·한국투자·페퍼저축은행도 실적이 신장했다. 웰컴저축은행은 706억원으로 18.1% 늘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83억원을 기록해 20.1% 늘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전년 대비 313.3% 증가한 3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실적이 일제히 개선된 것은 코로나19 확산 국면 속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88조134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원가량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자영업자 위주로 중금리대출 공급이 늘면서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서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늘어나면서 대출 수익이 증가한 게 실적 확대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1금융을 타깃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일부 수요가 2금융으로 넘어왔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대출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대대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고금리 대출 판매가 어려워진 데다 당국의 대출 규제 사정권에 2금융이 들어오면서다. 당국은 최근 1금융 규제 강화로 2금융이 반사이익을 얻자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수준인 21% 이내로 관리할 것을 요청했다. 중금리대출 등을 제외한 일반 가계대출 증가율은 5.4%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최근에는 신용대출 한도도 연봉 이내로 축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비율을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기에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DSR은 소득 대비 모든 원리금 상환액을 나눈 지표로 현재 시중은행 40%, 저축은행 60%가 적용된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하반기부터 대출 공급이 본격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축은행은 통상 예치금을 확보해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데, 예금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공급을 축소하는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규제 적용과 함께 최근에 예금 상품 금리를 인하했다"며 "3분기때부터 실적 흐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시중은행 규제 여파로 대출 수요가 늘면서 상반기 저축은행 순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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