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남양유업(003920)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간의 인수합병 사태가 법정 소송으로 번지게 됐다. 소송전에서는 한앤코가 유리한 위치라는 게 M&A(인수합병) 업계 중론이지만 양측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어 장기전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의 오너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주가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2일 법조·회계법인 인수합병(M&A)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주장하는 한앤컴퍼니와의 매각 파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앤코가 이미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로 계약 이행이 사실상 우선이라는 것. 이를 파기하기 위해서는 매수자 측의 상당한 고의적 잘못이 판명돼야 하는데, 홍원식 전 회장이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M&A 법률 자문 관계자는 "수천억원이 오고 가는 대형 M&A의 경우 계약 단계서부터 서로간의 법률 대리인과 함께 세부적인 내용 조건들을 협의하고 최종 결론을 바탕으로 SPA를 체결하게 된다"면서 "양측의 서로 입장 차이가 달라 지켜봐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매수인 측이 완전히 계약 이행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남양유업 측이 주장하는 계약 해제 사유를 보면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 거부인데 한앤코 측이 이를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결국 계약 체결 전 실제 ‘사전 합의 사항’이 존재하는 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남양유업 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전 합의 사항이라면 이같은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지 않을 리가 없다"면서 "주식매매계약서상 사전 합의사항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한앤코 측의 주장이 타당할 가능성이 높고, 남양유업 측의 일방적인 주식매매계약 해제는 효력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홍 회장의 매각 백지화 선언을 놓고 남양유업 주가 상승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회장이 한앤코와 계약을 체결한 당시 주가는 주당 36만원 선이었으나 매각 직후 가격이 크게 올랐던 만큼 매매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남양유업의 주가는 주당 50만원 선으로 매각 결렬 소식에 고점 대비 하락한 상황이다. 앞서 매각 관련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남양유업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80만원(7월1일)을 넘어서기도 했다.
실제 한앤코는 반박문에서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고 한 바 있다.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 종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며 홍 회장이 무리한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 일가가 가격 재협상을 놓고 계약을 파기한 것이라면 더욱이 한앤코 측의 입장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회계법인 M&A 관련 관계자는 ”M&A 계약 시 체결 이전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면서 ”계약 이후 주가가 올랐다고 이를 파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양유업의 주가 상승 이유가 오너 리스크 해소로 올랐다면 홍 전 회장의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다. M&A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최근 주가가 올랐던 것은 기존 오너가 아닌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기대감, 즉 괜찮은 사업을 영위함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했던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 때문“이라며 ”오너 리스크를 제외하면 남양은 전국적인 판매 조직 구성과 제품들로 인해 성장성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홍 회장 측과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 홍 회장과 그 일가의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기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매각 관련 안건을 승인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됐던 7월30일 홍 회장이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계약 이행은 불발됐다. 이같은 갈등은 소송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7.86%(4만3000원) 내린 50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3.19%) 하락에 이어 이틀 연속 내림세다.
IB업계 관계자는 ”홍 전 회장 측이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한다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남양유업 일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다른 매수자가 나올 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여기에 주식 가처분 신청에 따라 매각이 금지되면서 주가에도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원식 전 회장의 대국민 사과 당시 눈물 흘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