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사회주택 사는 사람들

입력 : 2021-09-06 오전 6:00:00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의회 퇴장을 둘러싼 진통이야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공교롭게도 그 중심엔 사회주택이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장 오세훈TV는 유투브 채널에 사회주택을 저격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회주택에서 입주자들이 싼 임대료로 안정적으로 거주하지도 못하니 세금 낭비하지 말고 SH공사가 직접 운영하라는 내용이다.
 
이 영상을 두고 시의회는 시정질문에서 문제 삼았다. 이경선 의원은 오세훈TV 제작진이 비공개 문서를 외부로 유출해 시장의 허위 지시를 영상화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순실의 시정농단’이라는 수위높은 어휘까지 나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오 서울시장의 개인 유투브 채널인 오세훈 TV에서 '선 저격'하고 서울시가 '후 이행'하는 방식은 사회주택이 처음이 아니다. 오세훈TV는 지난달 13일 ‘태양광 사업 재고하라. 이 정도면 사기 아닙니까’라는 영상을 올렸고, 서울시는 일주일도 안 돼 보조금 받고 폐업한 태양광업체들을 형사고발하면서 화답했다.
 
선 유투브 후 정책 이행의 방식은 요즘 시대에 맞춰 고안된 방식일테다. 일종의 화제성을 담보로 한 속도전인 셈인데 마치 전차부대의 진격 작전을 보는 것 같다. 장점이 분명하지만, 폭넓은 이해와 공감 속에서 피해자를 최소화해야 하는 요즘 행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수많은 세대에 소액의 이익을 장기간 누적해서 제공하는 미니태양광 사업과 달리 사회주택은 현재 3000여세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사회주택을 시행한 지 6년여의 성과다. 오늘도 사회주택에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새로 짓고 있는 사회주택이 있다.
 
사회주택은 고 박원순 전 시장이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1989년 이후 SH공사나 LH공사가 직접 공공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하면서 단점이 드러났다. 도심부가 아닌 도시 외곽으로 공공임대주택이 밀려났고, 격리된 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임대주택 거주가 하층민의 대명사로까지 불렸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전문가들이 얘기한 대안 중 하나가 소셜하우징, 현 사회주택이다. 오래 전부터 유럽의 덴마크, 오스트리아, 영국, 네덜란드 등은 각 나라의 법과 사회구조 등에 맞춘 소셜하우징을 운영해 왔다.
 
사회주택은 저렴하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도 있지만 품질이 괜찮은 주택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는데 가장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부동산 광풍 속에서 서울에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외곽으로 쫓기거나 삶의 많은 계획을 포기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대안을 보여준다.
 
창천동의 한 사회주택에선 치매 걸린 아버지가 거주하면서 함께사는 청년들이 거부감 대신 인사를 건넸다.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해 간혹 아버지가 집을 찾지 못해 밖을 배회하면 청년들이 집 안으로 안내하고 바로 연락줬다.
 
신림동의 한 사회주택은 양팔을 펼 수조차 없던 좁고 낡은 고시원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이 곳에 사는 청년들은 따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식사나 휴식시간 등엔 자유롭게 공유공간에 모인다. 같이 요리하고 운동하고 얘기를 나누며 타지생활로 외롭기만 하던 청년들은 어느덧 함께 주말을 얘기하고 다음 달을 얘기한다.
 
아직 사회주택은 완벽한 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자 다양한 유형의 사회주택이 시도됐고, 일부는 사라지기도 했다. 지금은 국토교통부나 다른 지자체도 각자의 상황에 맞는 사회주택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가 정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주택을 고민한다면 하루 아침에 기존 사업자들과의 단절과 사업방식 변경이라고 속단하는 대신 입주민, 사업자, 전문가 등과 대화하면서 더 나은 모델을 찾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현재 사회주택 입주자들의 일상을 지키는 일, 그리고 아직 여러 이유로 고민하고 있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사회주택 입주의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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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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